[연합시론] 국정기획위 새 임용기준, 경색국면 돌파구 되기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가 고위 공직자 임용 기준안과 국회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위장전입' 문제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어서 청와대와 야권의 협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고위 공직자 인사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없애고, 새 정부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운영할 인재를 적소에 기용하기 위해 합당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정기획위 내 기획분과위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여야 정치권과 원로, 언론계, 학계 등 의견을 들어 최적 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인사 추천, 검증 등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종합검토한 뒤 인사청문 발전 방안을 마련해 다음 달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함께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문제를 청와대와 조율하거나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새 정부 조각의 첫 시험대인 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가 멈춰서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당초 협조적인 기류가 강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까지 반대로 돌아서 이 총리 후보자 인준 절차는 청문 보고서 채택도 넘지 못한 채 급제동이 걸려 있다.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고위공직자 인선 배제 '5대 원칙'을 끈질기게 문제 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결격 사유는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이다. 특히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총리 후보자는 물론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의혹을 사고 있다. 청와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6일 이 총리 후보자 등의 위장전입 논란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야당들의 양해와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야권 분위기는 전혀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88%의 지지를 받을 만큼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국회 인사청문 문턱을 넘는 것이 중대한 갈림길이 될 듯하다.
핵심은 문 대통령의 '5대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인선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앞서 "저희가 내놓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면서 "(하지만)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임 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다르듯 관련 사실을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야권이라고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얼마 전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누구보다 고위공직자 인선의 어려움을 잘 알 것이다.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회에서 강한 공격을 자주 했던 것이 어느 정도 역풍을 부채질하고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제 공수가 바뀌었다. 아쉽게도 우리 정치권 풍토는 달라진 처지를 서로 이해할만큼 합리적이지 못하다. 설사 '위장전입' 잣대에 문제가 있더라도 문 대통령이 그렇게 공약한 것은 맞지 않느냐는 게 야권 입장이니 말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야권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야권은 인사청문 절차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문 대통령의 납득할 만한 해명과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총리 후보자 인준 시한은 이달 31일이다. 만약 이 후보자 인준 처리가 불발되면 새 정부의 조각 일정 자체가 무기한 순연될 수 있다. 새 정부의 국정 수행 동력이 급격히 약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르익어가던 여야 협치 분위기도 급랭할 것이 뻔하다. 새 정부 초반부터 이런 최악의 경색국면이 조성돼서는 안 된다. 국정기획위가 새 임용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았으면 한다. 청와대와 여야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최선의 절충점을 찾아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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