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논란 '소방수' 자임한 국정委…野 "원칙후퇴" 비판

입력 2017-05-28 17:08
靑 인사논란 '소방수' 자임한 국정委…野 "원칙후퇴" 비판

청문회 논란 거세지자 제도 개선 '총대'…"매 맞더라도 바꿔야"

野 "왜 국정위가 나서나…과거 정부선 엄격하더니, 내로남불" 비판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초기 인선논란이 계속되자 사실상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8일 '소방수'를 자처하며 진화에 나섰다.

국정기획위는 고위공직자 임명 기준안과 청문회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소모적인 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국정기획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원칙 위배' 비판에 처한 청와대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야권에서는 국정기획위를 향해 "청와대의 인사원칙 후퇴 근거를 국정기획위가 대신 마련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과거 정부에서는 엄격하게 들이대던 잣대를 마음대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다.





◇ "매 맞더라도 바꿔야"…소방수 자처한 국정기획위 = 국정위 김진표 위원장은 이날 새로운 고위공직자 임용기준안을 마련하는 이유에 대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소중한 인사들이 희생됐나"라며 "인선 기준이 현실적합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고위 공직자 인사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했으며, 일각에서 '이중잣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맞을 매를 맞더라도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개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는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인선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국정 운영이 자칫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를 피하고 청와대가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국정기획위에서 인사 기준안 마련에 대한 공론을 모아달라고 도움을 청한 바 있어, 이에 대한 화답으로도 볼 수 있다.

또 국정기획위 측은 여야 정치권, 언론계,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하는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나 민주당이 기준안 마련에 나섰을 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 "결국 원칙후퇴 총대 맨 것…내로남불 아니냐" 지적도 =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결국 문재인 정부의 인사원칙이 후퇴할 근거를 국정위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새로운 기준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현재 추천된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잣대를 한결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50~70대인 후보자들이 30~40대 청년시절을 지내면서 그 시절의 도덕성으로 전혀 문제가 안된 일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해 없기를 바란다. 순전히 제 개인 생각"이라면서도 "제가 국회에서 청문회를 지켜보면서도 상당히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그 시대를 그렇게 살았던 사람으로서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정책 검증만 공개로 하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이는 인사추천과 검증 원칙을 더 유연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은 자신이 제시한 원칙을 어긴 인사를 한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왜 문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국정기획위가 이런 입장을 밝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윤호중 기획분과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한 5개 인사기준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세밀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후퇴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등 논란이 과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김 위원장은 "저희가 국회의 논의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와 함께 민주당이 야당일 때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더니 이제 와서 기준을 고치겠다고 하는 것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그렇다고 언제까지 계속 이런 악순환을 반복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여기서 일단 한번 맞을 매를 맞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자는 얘기"라고 답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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