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円은 식상"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뜨는 비트코인·獨부동산
'디지털 황금' 비트코인, 거시경제와 연관성 적어 분산투자처로 각광
獨 부동산, 브렉시트 이후 잘 나가…2008년 이후 처음으로 英 앞질러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금과 엔화로 대표되던 안전자산 분야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 조짐이다.
최근 들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 미국 국채 대신에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독일 부동산 등이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들어서만 가치가 160% 가까이 폭등한 비트코인이다.
2009년 처음 개발된 비트코인은 8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28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대비 달러 환율은 지난 25일 비트코인 당 2천798.98달러까지 치솟았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1천 달러에도 못 미쳤던 것을 고려하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승세다.
갑작스러운 폭등세 때문에 투기자산으로 보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야말로 차세대 안전자산이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은 독립적인 네트워크에서 거래되고 거시경제 움직임 등 외부적인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즉시 거래가 가능해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이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의 비제이 미차리크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다른 국가 통화나 거시경제 지표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포트폴리오 분산에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비트코인을 '디지털 황금'이라고 부르며 향후 자산시장에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ARK 인베스트의 크리스 버니스케 투자매니저는 "(금과) 비트코인은 공통점이 있다"며 "공급은 극도로 제한돼 있으며 금은 전자 회로에,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 공포와 불확실성, 의구심이 가득할 때 사람들은 증시에서 손을 떼고 채권시장으로 몰린다"며 "금값은 지난해에는 조금 올랐지만 5년 동안 처참한 실적을 냈기에 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위해 비트코인에 돈을 나눠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비트코인이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토큰 서밋'에서 비트코인이 가진 독립성과 투명성, 분산성 때문에 향후에는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 부동산도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독일 상업 부동산 분야에 흘러들어 간 투자금은 총 250억 유로로 영국(210억 유로)보다 많았다.
이는 2008년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올해 1분기 성적도 2007년 1분기 이후로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등지에 100여개 부동산을 보유한 독일 부동산업체 오피스퍼스트를 33억 유로에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유럽연합(EU) 공동체와 각국의 운명이 불확실성에 잠긴 상황에서 독일이 가장 안전하리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이 이 같은 결과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EU 탈퇴 절차에 돌입했고 프랑스에서는 시시때때로 극우파의 EU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은 이 같은 위험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부동산업체 하인스의 라스 후버 최고경영자(CEO)는 "유로화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독일은 지금처럼 강력한 위치를 유지할 것이며 만약 유로존이 깨진다면 독일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이트 프랭크도 독일 부동산이 유럽 상업부동산 투자처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을 두고 안전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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