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엔가입' 기여한 현홍주 前 주미대사 별세
노태우정권 때 북방정책 핵심역할…한미동맹 강화 기여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검사 출신으로 노태우 정부 시절 한미동맹 강화와 북방정책 추진에 기여한 현홍주 전 주미대사가 27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그는 공안검사 출신(고등고시 사법과 16회)으로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 업무추진 능력을 인정받아 정치와 외교 분야를 넘나들며 1980~1990년대 한국 외교의 핵심에서 활약한 보수 성향 인사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1980년 안기부 제1차장에 발탁된 뒤 1985년 민정당 소속으로 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의원 시절 미국 조야 인사와의 광범위한 접촉을 통해 격동기 한미관계 증진에 기여했다.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의 핵심 참모역으로 활동했으며, 특히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대외 홍보를 담당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방미 때 통역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 정권에서 법제처장을 거쳐 주유엔대표부 대사(1990년), 주미대사(1991~1993년)로 근무하며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과 북방정책 추진에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엔 동시 가입을 토대로 북방 외교에 힘을 실으라는 게 노 대통령이 내게 내린 임무였다"면서 부임 이후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유엔 가입을 지지하도록 힘을 쏟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93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해 국가간 거래 및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대한 자문 등을 담당하며 주축 변호사로 활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 고문, 대통령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을 맡았으며, 2013년에는 국립외교원 석좌교수에 위촉되는 등 정부나 학술기관 행사에서 활발히 발언해왔다.
2012년 사단법인 한미협회로부터 한미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미 우호상'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문영혜 씨와 준용·정원·제용 등 2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30분이다. 장지는 곤지암 선영이다. ☎ 02-301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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