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파고 복식·단체전…인간·AI 공동창작도 가능"

입력 2017-05-26 19:34
구글 "알파고 복식·단체전…인간·AI 공동창작도 가능"

中기사 "압도적 기량 상승" 인정…"알파고는 수백년 앞선 인류, 무적은 아니다"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복식전, 단체전에 대해 구글 딥마인드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조로 공동 창작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성과로 내세웠다.

데이빗 실버 딥마인드 수석 프로그래머는 26일 중국 저장(浙江) 성 우전(烏鎭) 인터넷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복식전을 통해 미래 인류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무엇을 창조할 수 있을지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 치러진 복식전에서는 인간 바둑 기사와 알파고 파트너가 서로의 수를 이해하며 합작으로 수를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실버 프로그래머는 "오전 복식전 대국은 매우 아름다웠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우러진 4명의 기사가 파격적인 수를 잇달아 냈고 이들 4명의 화가가 한 화폭에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앞으로 인류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공동 창작할 가능성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버 프로그래머는 또 "오늘 대국은 승패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바둑의 각종 가능성과 기교를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국을 치른 중국 기사들도 알파고의 엄청난 진화를 인정했다. 하지만 '무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복식전에서 구리(古力) 9단팀에게 승리한 롄샤오(連笑) 8단은 "작년만 해도 이세돌 9단이 당연히 이길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번에 알파고와 두면서 그를 존경하게 됐다. 사고 범위가 엄청나게 광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빨리 성장할지는 몰랐다. 알파고 개발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롄샤오 9단은 하지만 "알파고도 결코 완전 무적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언젠가 퇴보할 수도 있겠지만 진화할 여지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알파고는 수백 년을 앞서나간 인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구리팀의 알파고가 강하게 응대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리 9단은 "작년 인간·기계 대전에서 이번 대국까지 보듯 알파고의 엄청난 기량 상승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인공지능은 앞으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파고와 협력해 치렀던 이번 대국은 당초 예상과 달랐다. 원래 매우 복잡한 국면을 만들려 했는데 내팀의 알파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공세를 취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형세가 기울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단체전에서 알파고에 불계패한 저우루이양(周睿羊) 9단은 "오늘 패배는 완전히 내 잘못만은 아니다"고 웃음을 자아낸 뒤 "만약 백돌을 뒀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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