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소년 16발 총격사살 美시카고 경찰 "법에 따른 대응" 항변

입력 2017-05-26 15:09
흑인소년 16발 총격사살 美시카고 경찰 "법에 따른 대응" 항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10대 흑인 절도 용의자에게 16차례 집중 총격을 퍼부어 숨지게 한 미국 시카고 경찰이 "법에 따른 대응이었고, 평소처럼 한 일"이라는 주장을 펴 논란이 일었다.

시카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및 인종차별 관행에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흑인 소년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 총격 사살 사건'의 장본인인 전직 시카고 경찰관 제이슨 반 다이크(39)의 변호인은 25일(현지시간) 재판부에 "당시 총격은 법이 요구하는 대응이었고, 반 다이크는 경찰관들이 평소 하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며 1급 살인 혐의 취하를 요청했다.

대니얼 허버트 변호사는 "맥도널드 사건 현장 동영상에 담긴 총격 장면이 끔찍하기는 하지만, 다른 경찰관들의 용의자 총격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이것이 경찰의 일상적 업무라는 사실을 검찰이 대배심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반 다이크가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환기구를 만들기 위해 지붕에 올라가 도끼로 구멍을 냈다고 해서 재산 피해를 낸 범죄자로 몰아 기소할 것인가"라며 "당연히 아니다. 마찬가지로 법이 요구하는 의무를 이행한 경찰관에게 형사 처벌을 내릴 수 없다"고 항변했다.

허버트 변호사는 "언론이 맥도널드 사건 현장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보면 소름 끼칠 것'이라고 미리 자극해 공분을 유도했다"며 "이로 인해 검찰이 여론에 편승, 반 다이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 검찰이 이전과 다른 결정을 내린 이유는 법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외부 압력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차 바퀴에 칼로 구멍을 낸 맥도널드의 사건 당일 행동은 범죄 행위"라면서 "그가 체포당하지 않으려 달아났기 때문에 반 다이크는 법에 의해 그를 쐈다. 칼을 든 범죄자가 달아나는 것을 막는 것은 경찰의 의무이고, 당시 상황에서 반 다이크는 맥도널드를 쏴도 무방한 것이 아니라 쏴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맡은 조지프 맥마흔 특별검사는 "맥도널드 총격 사살이 반 다이크의 임무였다는 주장은 무서운 명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배심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듣고 피의자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며 "검찰과 피고인 측 증언까지 다 듣고 유·무죄인지를 판단하는 소배심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법원의 빈센트 고건 판사는 반 다이크 측의 기소 기각 요청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쿡 카운티 법원은 작년 8월 이 사건의 수사에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고 케인 카운티 검찰 소속 맥마흔 검사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반 다이크는 2014년 10월 시카고 남부 트럭 터미널에서 소형 칼을 이용해 차량 절도를 시도한 맥도널드에게 무려 16차례 총을 쐈다. 현장에 있던 경관들은 "맥도널드가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주장했으나 순찰차 블랙박스에 녹화된 동영상을 통해 맥도널드가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와중에 총에 맞았고 땅에 쓰러진 후에도 총격이 계속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반 다이크가 순찰차에서 내린 지 단 6초 만에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시카고 시가 동영상 비공개를 조건으로 유가족에게 합의금 50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묻히는 듯했다가 시민 소송에 의한 법원 명령으로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2015년 11월 현장 동영상이 전격 공개돼 전국적 논란과 대규모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반 다이크는 시카고에서 35년 만에 처음으로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됐고, 연방 법무부는 시카고 경찰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수사를 벌여 시카고 경찰이 미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권 유린 관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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