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창시자 연극에 담아낸 이윤택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7-05-26 14:52
원불교 창시자 연극에 담아낸 이윤택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대종사, 이윤택 서사극으로 부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종교극이라기보다는 현실극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촛불 혁명이란 시민들의 자생적 힘에 의해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걸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습니다. 외람되지만 그 새 시대를 연극에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朴重彬·1891∼1943) 대종사의 삶이 연출가 이윤택에 의해 부활한다.

이윤택 연출은 26일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열린 연극 '이 일을 어찌할꼬!' 제작 발표회에서 "신비로운 종교 창시자가 아닌 적나라한 인간의 모습을 한 대종사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자연스러운 감동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은 대각(대종사가 깨달음을 얻어 원불교를 개교함)을 중심으로 대종사의 생애를 펼쳐낸다.

1891년 전남 영광 백수면 길룡리에서 태어난 소태산 대종사는 일곱 살 무렵 구도의 여정을 시작해 20여 년의 고행 끝에 1916년 깨달음을 얻었다. 홀로 진리를 깨친 뒤 '금강경'을 읽고는 석가모니를 종교적 연원으로 정하게 됐다.

또 구한 말 간척사업을 벌여 굶주린 민중을 구제하고 일제의 압박이 극심해지던 시기에는 민족의 정신적 뿌리 역할을 했다.

원불교는 지난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소태산 평전'(김형수 지음·문학동네)을 펴낸 데 이어 이 연출에게 연극 제작을 의뢰하게 됐다.

이 연출이 종교 성격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점도 작품 의뢰의 이유가 됐다.

이 연출은 "청소년기를 부산·울산교구 대신교당에서 보냈다"며 "다만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종교의 이야기를 빌어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을 통해 공동체를 꾸려내면서 절망의 시대에 세상과 분리되지 않은 유토피아를 찾아낸 대종사의 모습에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대종사를 "가장 인간적인 성자"로 표현한다. "대종사는 실수도 하고, 유머가 있고, 눈을 감는 날까지 자기 삶에 충실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민지 시대 토착 종교로 출발해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원불교의 성격에 맞게 다양한 한국적 공연 양식이 활용된다.

우리 가곡인 정가를 비롯해 범패, 판소리가 극 전반을 아우르며 택견, 선무도 등 우리 고유의 움직임이 다채롭게 더해진다.

원불교의 성지인 영광이 주 무대인 만큼 전라도 방언이 연극 언어로 채택해 남도 특유의 해학과 신명도 살렸다.

소태산 역할은 대각 전과 후를 배우 윤정섭과 이원희가 각각 맡는다.

원불교 성직자 김계원 도무(원불교 성직자)가 대종사를 돕는 형사를 직접 연기하기도 한다.

연극은 오는 6월 4~7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공연된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