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일대일 대결'과 '페어바둑' 차이점 있었나

입력 2017-05-26 14:27
알파고, '일대일 대결'과 '페어바둑' 차이점 있었나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페어바둑이라는 새로운 분야 도전을 즐겁게 수행했다.

알파고는 26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구리 9단, 롄샤오 8단과 각각 짝을 이뤄 페어바둑을 펼쳤다.

구리 9단과 알파고가 한 팀을 이뤄 흑돌을 잡았고, 롄샤오 8단과 알파고 팀은 백돌을 잡았다.

2인 1조 페어바둑은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돌을 두며 상대편과 싸우는 형식의 바둑이다.

이번 페어바둑은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수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국은 롄샤오팀의 백 불계승으로 끝났다.

페어바둑은 팀원간 호흡, 파트너가 두는 수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에 '맞춰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같은 전략으로 수를 놓는지가 궁합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구리 9단이나 롄샤오 8단은 알파고의 전략이 와 닿지 않을 때는 고개를 가로젓거나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안성준 7단은 "알파고는 일 대 일 대국 때나 페어바둑 때나 똑같이 두는 것 같다.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을 찾아 두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정아 3단도 "특별히 짝꿍을 배려하는 모습은 없었던 것 같다. 매 상황에 승리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두는 느낌이다. 어제 커제 9단과 일 대 일 대국을 뒀을 때와 별 차이 없다"며 "알파고는 알파고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의 호흡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김성용 9단은 구리 9단의 흑 81수와 알파고의 흑 83수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조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리 9단이 모종의 목적을 가졌지만 예측하기가 어려웠던 흑 81수를 냈는데 알파고는 구리 9단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흑 83수로 보조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 전문가이기도 한 김찬우 6단은 "알파고는 흑 81이 놓인 상황에서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수가 흑 83이라고 본 것"이라며 "구리 9단의 생각에 맞춰줬다기 보다는 구리 9단과 알파고의 전략이 일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찬우 6단은 이번 페어바둑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그는 "인간은 문제를 해결하는 '전술'을 짤 때보다 애매한 상황에서 '전략'을 구상할 때 더 어려움을 겪는다"며 "인공지능은 여러 상황을 모두 계산해서 방향을 제시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립하는 구도였던 기존 대국과 달리 인공지능과 인간이 호흡을 맞추는 페어바둑은 상당한 볼거리를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오정아 3단은 "보는 입장에서 페어바둑이 더 재밌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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