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편드는 트럼프 행정부, 이슬람 종파분쟁 악화시켜"
FT, 종파분쟁 격화가 유럽 테러 부추겨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맨체스터 자살 폭탄 테러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이 혹시나 연관성이 있는가?".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이슬람 내 종파분쟁이 유럽의 테러리즘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등 서방의 중동정책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공격과도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는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사악한 테러행위'를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입장과 종파분쟁에서 사우디 등 수니파 편을 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이슬람 종파분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막대한 규모의 무기판매와 국내 일자리만을 염두에 둔 채 중동 정세의 진정에는 관심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종파분쟁에 가담하는 모순된 외교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을 통해 사우디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행보를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연설을 통해 사우디 등 걸프 아랍국들에 테러 소탕 참여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9.11 테러범들의 신앙적 기반은 사우디 왕가가 신봉하는 수니파 와하비즘이다. 이슬람국가(IS) 등 현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대부분이 이를 신봉하고 있다. 사우디 왕가에 의한 와하비즘의 전 세계 수출 및 재정적 후원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산실을 제공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슬람 극단주의의 전 세계 확산에 대한 사우디 및 걸프 아랍국들의 책임을 거론한 바 있다.
트럼프는 그러나 사우디 방문 기간 정작 원인 제공자인 사우디 왕가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무기 판매에만 급급했다고 FT는 꼬집었다. 또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되고 있는 사우디 내 인권 탄압에도 입을 다물었다.
사우디 등 걸프 아랍국들의 억압통치가 아랍권 내 불만, 소외층을 양산해 테러 조직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사우디 등 수니파 아랍국들의 편을 들어 사실상 반(反)이란 동맹을 결성했다. 이란도 시리아와 이라크 등 지역 분쟁의 책임이 무겁지만 그래도 사우디와는 다르게 조금씩 내부 민주화를 향해 진전하는 등 사우디보다는 낫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우디라는 더 나쁜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양자 간에 협상을 모색했던 오바마 행정부와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FT는 서방이 근본적으로 중동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 서구 민주주의를 이식하거나, 특정 아랍 독재정권을 지지함으로써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사우디 등 아랍국들은 미국으로부터 아무리 비싼 첨단 무기를 들여와도 이란을 패배시키지 못할 것이라면서, 사우디와 이란이 싸움을 계속하는 한 지하디스트들의 입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종파분쟁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은 극단주자들의 패배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FT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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