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억 규모 경찰 특수활동비 예산…사적 유용으로 환수사례도
작년 1천298억원…수사·정보활동 지원비로 사용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감축하고, 가족 생활비를 특수활동비가 아닌 대통령 봉급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1천억원이 넘는 특수활동비를 쓰는 경찰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활동, 외교·안보 활동, 사건 수사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작년 정부 예산 중 기관별 특수활동비 규모를 보면, 경찰청에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약 1천298억원으로 국가정보원(4천860억원)·국방부(1천783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경찰 특수활동비는 국정원 통제를 받는 정보예산과 수사활동 지원에 쓰이는 일반예산으로 구분된다. 일선 정보관들의 정보수집 활동, 수사관들의 수사활동에서 소요되는 식비나 주유비 등 경비를 보전해주려는 목적이다.
수사지원비를 비롯한 특수활동비는 업무활동 중 이같은 경비를 지출하면 영수증을 증빙자료로 제출해추후 돌려받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를 애초 목적과 무관한 곳에 썼다가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환수 조처되는 등 사례가 적지 않아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특수활동비인 사건수사비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례가 593건에 달했다.
개인 차량 주유대금을 수사지휘비로 집행하거나 연가 중 수사비 명목으로 식비를 청구해 수령하는 등 특수활동비를 사적 용도로 쓴 경우도 있었다. 경찰청은 3년간 문제가 있는 수사비 3억1천500여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선 경찰관 지원 대책의 하나로 '경찰 수사비 현실화'를 언급한 적도 있어 특수활동비 개선이 사건수사비 예산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예산으로 외부에 공개되는 사건수사비와 달리 정보예산은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실제 제대로 집행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정보 특수활동비 역시 경찰 내부적으로 지출 내역을 살펴 문제가 있으면 환수하고 있다.
경찰이 이처럼 정부와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지급받는 예산 구조가 결국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제약을 가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있어 왔다.
대통령이 특수활동비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먼저 밝힌 만큼 내년도 경찰 예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언급한 기획재정부 지침 등 관리 방안은 경찰도 이미 따르면서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고 있다"며 "예산 감축 여부는 추후 기획재정부에서 관련 움직임이 있을 것인 만큼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경찰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특수활동비를 줄이고 용처를 까다롭게 규정하면 수사나 정보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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