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1조7천억원대 미군무기 행방 묘연"
美정부 감사 보고서…극단주의 단체에 유입됐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라크에서 대규모 군수 장비의 행적이 묘연해 미국을 적대시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미 행정부의 감사 보고서를 입수한 결과, 미 국방부가 최근 몇 년간 이라크에 제공한 군수물자의 사용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앰네스티의 국제 무기 통제 담당자는 "이번 감사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군수물자가 극히 위험한 지역으로 흘러들어 가는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미군의 시스템 결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국방부의 느슨한 통제가 지적된 것이 처음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2015년 감사 보고서에도 국방부가 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은 사실이 있으며 2007년에도 비슷한 사안으로 국방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와의 전투 지원 명목으로 이라크군에 제공하는 군수물자는 수조원대에 이른다.
2015년에는 '이라크 훈련 및 장비 구축 기금'(Iraq Train and Equipment Fund)을 통해 16억달러(한화 약 1조7천880억원) 상당의 군수물자가 지원됐다.
돌격소총, 박격포, 험비 자동차 등 개수로만 수만대에 이른다는 것이 앰네스티측 설명이다.
앰네스티는 특히 이라크처럼 부패가 만연한 국가에서 군수물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군이 제공한 무기가 미국에 적대적인 시아파 무장단체 등으로 흘러들어가 미국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앰네스티는 "그동안 계속 같은 문제로 경고를 받았는데도 같은 문제가 재발한다"며 "미국은 물론 이라크에 무기를 제공하는 국가들은 경각심을 갖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또 미 정부에 인권 침해 의혹이 있는 군대에 대한 원조를 금지한 '리히법'과 대규모 학살행위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군수물자에 대한 이동을 감시토록 명시한 '무기거래규제협정'(ATT) 준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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