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첫 수석보좌관 회의…커피도 직접 타 '격식파괴'(종합)
'계급장' 떼고 회의…노타이 차림에 '받아쓰기' 사라져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어도 자유롭게…'칸막이' 없어야"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 참모진이 구성된 뒤 25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공식회의인 대통령-수석보좌관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 온 파격과 소통 기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이날 오전 비서동인 여민1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하절기 공무원 복장 간소화 지침 때문인지 참석자들은 모두 '노타이'에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분위기는 회의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5분 남짓의 대통령과 참모간 티타임 때 문 대통령은 직접 찻잔에 커피를 따라서 들고 와서는 '노타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대통령 취임 후 사실상 처음 공식회의가 열린 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저로서는 10년 만의 수석보좌관회의인데 아주 감회가 깊다"면서 "수석보좌관 회의는 청와대의 꽃이고 청와대가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면 이 회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회의"라는 말로 소명의식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는 자유로운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격식에 얽매여서 해야 할 말을 제대로 못 하면 국정 운영이 잘못될 수 있는 만큼 스스럼없이 의견을 주고받자는 뜻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회의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회의가 아니라 많은 의제를 공유하는 회의가 되길 바란다"며 "이 회의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인 만큼 참모들에게는 이견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웃으며 "대통령 지시사항에 이견을 말씀드릴 수 있나"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것까지 함께 (언론에) 나가도 좋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지 말고 이상한 느낌이 들면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어도 자유롭게 얘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직 사회의 대표적 불통 사례인 '칸막이' 문화도 청와대에선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부처에 칸막이가 있듯이 청와대 내부에도 칸막이가 생겨 안보 사안은 안보라인에서만, 정책 사안은 정책 부서에서만 논의된다"며 "정책이나 안보에 관련한 사안이라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면 여기서 논의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이제 뭔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라면서 "지금부터는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실장은 "사전에 토론을 조율하지 않겠다"고 거들었고 장하성 정책실장도 "경제 문제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평상의 느낌과 감각으로 뭐든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황당한 얘기까지 하라고 허락하시니 안심이 된다"는 전병헌 정무수석의 말과 함께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는 1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청와대는 이번 회의가 예정된 결론, 받아쓰기, '계급장'이 없는 '3無 회의'라고 설명하고 그만큼 자유로운 소통 속에 생산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회의에서 "자료는 정리해서 드릴 테니 이제 받아쓰기 할 필요는 없다"면서 "가급적 종이 문서는 사용하지 않고 노트북으로 회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다 보니 참석자들의 자유로운 보고와 발언이 이어졌다"며 "앞으로 많은 주제가 다양하게 토론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회의의 내용이 중요하지만 회의의 형식을 보여준 자체로 국민이 (앞선 정부와) 비교하지 않겠나"라면서 "형식을 보고서라도 국민이 희망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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