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울시, 현대차 한전부지 2천억 사회환원 못받아"
서울시 기관운영감사 결과…30건 위법·부당사항 적발
서울시 공무원 해외출장 항공비 '뻥튀기'하고 체류비로 사용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서울시가 현대차그룹의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용적률을 높여주는 협상 과정에서 관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2천억 원 대의 사회환원(공공기여) 비용을 받지 못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25일 서울시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벌여 30건의 위법·부당사항 등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6년 2월 현대차그룹과 강남구 삼성동 한전 부지의 용적률을 250%에서 800%로 상향하는 내용의 사전협상을 진행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용적률을 높여주는 경우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돼 지가가 올라가는 만큼 지가 상승분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고 있다.
사회환원(공공기여) 방법은 ▲기반시설 부지 제공 ▲시설 제공 ▲설치비용 부담 등 3가지다.
그러나 서울시는 사전협상 과정에서 이 3가지에 포함돼 있지 않은 공연장·호텔 등의 민간시설 설치를 공공기여의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정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를 세우고, GBC 주변에 호텔·업무시설, 공연장 등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는 특히 상위 규정인 국토 계획·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다르게 민간소유 시설 설치도 공공기여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업무처리 지침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서울시는 시행령을 적용하면 1조9천827억 원을 환원받을 수 있었는데 2천336억 원만큼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 공무원 3명은 작년 5월 이탈리아 출장을 가면서 264만 원을 주고 항공권을 구매하고서, 공무국외여행 심사 시에는 886만 원짜리 항공운임견적서를 제출했다. 이후 이들 공무원은 차액을 현지 체류비 등으로 사용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서울시는 관련 규정을 어기고 시(市)의원들의 통신요금비·교통비 등을 의회 사무처의 일반운영비 예산으로 편성했고, 이들 의원에게 법정 기준을 16억1천만 원 초과한 활동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민간 재단법인 관리·운영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2012년 모 시중은행을 시 금고 은행으로 선정하고, 200억 원을 시정협력비로 기부받기로 했다.
이후 서울시는 200억 원을 모두 시 예산으로 편성해야 하는데 이 가운데 10억 원을 세입에 반영하지 않은 채 (재)한국사회투자에 기부하도록 했다. 한국사회투자는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을 위탁·운용하는 기관이다.
서울시는 또 한국사회투자가 모집계획서에 10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겠다고 밝히고 3배에 달하는 30억 원을 받았는데도 등록말소 또는 반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밖에 서울시는 2009년부터 29개 기업과 일반산업단지 입주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들 기업에 1천321억 원의 기부채납을 요구해 입주기업에 부담을 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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