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청문회 딜레마…"송곳검증" vs "호남민심 고려"
'문자폭탄'에 일부 격앙…"공직후보자 검증이 국회의 책무"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국민의당이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의 청문회 이틀째인 25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후보자를 향한 호남의 기대감이 큰 상황에서 거센 공격을 했다간 당의 기반인 호남에서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맹탕 청문회를 했다간 야당으로서의 선명성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이런 딜레마를 청문위원들은 날카롭게 질문하되 지도부는 온건하게 대응하는 '투트랙'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투트랙의 한 축은 정면돌파다.
청문위원인 이태규·김광수 의원은 이 후보자와 정치적 관계에서 몸이 가벼운 만큼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충남 천안 출신의 비례대표이며, 김광수 의원은 전북 전주시갑이 지역구다.
두 의원은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면제와 탈세,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 등을 검증하다 '문자폭탄'에 시달렸지만, 검증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은 국회의 책무다. 여기에 호남, 비호남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고, 김 의원도 "건강한 청문회가 건강한 총리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고연호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 "이 후보자의 '계란 한 판에 3천원'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답에 한나라당 정몽준 전 의원의 '버스비 70원' 논란이 떠오른다"며 "민생을 모르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이끌어갈 모범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각을 세웠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기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위대한 영도자'라는 표현을 썼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역임했다"며 "위장전입, 탈세에 역사의식까지 부재한 후보자는 호남총리가 아니라 강남총리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청문위원들이 공세 수위를 바짝 죄는 것과 달리, 당 지도부는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김동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국정수행 능력과 도덕성, 책임총리로서의 자세와 의지를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철저히 검증해나갈 것"이라며 원론적 발언을 하는 데 그쳤다.
또한, 동교동계 원로들은 김 원내대표와 이태규·김광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문회를 좀 살살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결정적 하자가 나오지 않는 한 국민의당은 결국 이 후보자를 '적격'으로 판정하고 청문 보고서를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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