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독일 특사단, 외교 다변화·정상외교 복원 기여(종합)
메르켈 면담 마지막으로 18∼24일 파견 활동 마무리
메르켈의 강력한 별도 양자회담 의지…G20 직전 베를린서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연합(EU)·독일 특사단이 24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면담을 끝으로 18일부터 시작한 벨기에 브뤼셀과 독일 베를린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강대 교수인 조윤제 특사가 이끈 특사단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른바 한반도 주변 4강 외에 역대 정부 처음으로 EU와 그 중심 국가인 독일을 대상으로 파견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번 특사단 활동은 무엇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특사 파견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정상외교의 장기 공백을 메우고 한국 새 정부의 외교 다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북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이슈가 국제사회를 향한 위협을 증대하는 것과 맞물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이에 대한 관심과 우려도 커진 상황에서 특사단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비전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한 것은 의미가 컸다.
특사단은 방문 기간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 헬가 슈미트 대외관계청(EEAS) 사무총장을 만난 데 이어 베를린에선 메르켈 총리, 마르쿠스 에더러 외교차관 등 주요 인사를 두루 면담했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 총리를 지낸 투스크 의장은 학생 시절 민주화 운동과 투옥 경험 등 인생 궤적이 비슷하다며 문 대통령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이란 핵 협상에 참여한 슈미트 사무총장은 이 협상의 경험과 교훈을 전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통해 EU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심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북핵 해결과 남북관계 대처 등 주요 현안에서 '윤활유'나 '중재자' 같은 역할을 EU 본부 또는 EU 회원국에 기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그런 맥락에서 EU의 '최대 주주'이자 프랑스와 더불어 통합의 중심 역할을 하는 독일 방문과 메르켈 총리 면담에도 각별히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은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오는 7월 7∼8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문 대통령은 이 회의 참석을 통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
앞서 문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대통령 당선 직후 가진 축하 전화통화에서 메르켈 총리가 한 제안에 따라 G20 정상회의 직전 베를린에서 별도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면담에서 7월 6일쯤 베를린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게끔 준비하라고 배석한 외교 보좌진에 지시하기도 했다고 조 특사는 설명하고 두 정상이 서로에 큰 호감을 보이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느낌도 덧붙였다.
또, 문재인 정부와 한국 정치권이 권력구조 변경을 포괄하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선 과제, 협치의 난제를 안고 있는 것과 관련해 독일은 주요한 참고 모델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사단의 활동은 눈길을 끌었다.
특사단 일부 멤버들이 방문 기간 유럽 통합과 교류를 설립 목표의 하나로 하는 BMW 재단과, 7선 중진이자 양국 교류협력 네트워크 핵심 인사인 하르트무트 코시크 기독사회당 의원과 접촉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진국보다 이념적으로 덜 균열적인 다당제와 폭넓은 연정 가동, 그리고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 및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등으로 대표되는 독일 시스템은 한국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참조하는 개혁대안 중 하나다.
아울러 독일이 한국과 북한처럼 서독과 동독이 분단 체제를 유지하다가 1990년 통일을 이룬 만큼 분단 시절 갈등 관리와 교류, 통일 경험을 나누고 교훈을 토의하는 파트너 국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첫 특사단 파견의 의미를 보탰다.
이번 EU·독일 특사단에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창순 전 주독일 공사, 조문환 전 국민성장 사무국장, 배기찬 전 문재인 대통령후보 외교특보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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