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미공개정보로 부당이득 14명에 과징금 24억원(종합)
'5차 정보수령' 불구 전업투자자에 13억4천520만원 부과
금융위, 자체조사 추가적발 2명 검찰 고발 조치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한미약품 직원과 개인투자자 등 14명에게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됐다.
한 전업투자자에게는 13억원이 넘는 고액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졌다.
미공개정보를 처음 취득해 주식을 판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직원은 이미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이번에 과징금이 부과된 이들은 모두 미공개정보를 건네 들은 2차 이상 정보수령자들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미약품 직원과 한미사이언스 직원, 또 이들에게서 계약해지 정보를 듣고 주식을 팔아 폭락 위험을 회피해 이득을 취한 14명에게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과징금은 손실 회피액 규모에 따라 각각 2천270만∼13억4천520만원까지 차등 부과됐다.
전업 투자자인 A씨의 경우 5차 정보수령자이지만 부당이득 금액이 가장 커 13억4천52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악재성 미공개정보인 계약해지 사실은 해당 계약업무를 담당하는 법무팀 직원 등 내부 관계자를 통해 지인과 가족, 동료들에게 전달됐다.
유재훈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정보가 처음 생성된 시점은 지난해 9월 26∼27일이고 28일 저녁부터 29일까지 내부 직원들 사이에 이 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졌다"며 "주식 매도는 29일부터 30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작년 9월 29일 장 마감 뒤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한 뒤 다음날 장 시작 30분도 지나지 않아 외국기업이 자사의 기술관련 권리를 반납한다는 악재성 공시를 냈다.
한미약품의 기술을 가져가기로 했던 독일의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표적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1년여 만에 반환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극과 극의 공시가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경험했고 공매도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불공정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 지난해 말 검찰은 정보원천, 1차 수령자에 해당하는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직원 등을 기소했다.
금융위는 검찰에서 통보한 27명 중 11명은 부당이득 금액이 소액인 점을 고려해 엄중경고 등의 조치만 하고 과징금 부과를 면제했으며 2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또 자체 조사를 통해 추가 적발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자 2명에 대해서는 새로 검찰 고발 조치했다.
과거에는 기업의 내부정보를 간접적으로 전달받아 주식매매를 해 부당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피해도 처벌 근거가 없었으나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정보를 건네 들은 '2차 이상 정보수령자'도 '시장질서교란행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시장질서교란행위 금지 이후 첫 제재는 지난해 12월 유상증자 정보를 이용해 얻은 3천만원의 부당이득을 환수한 사례였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제재가 가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정보 수령자는 손실회피 또는 부당이득 금액의 125%, 3차 이상 정보 수령자는 100%의 과징금을 낸다. 최대 과징금은 손실회피액의 1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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