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테러 뒤에 여성혐오증?…그란데 공연 노렸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22명이 숨지고, 60명 가까이 다친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 자살폭탄 테러는 잔인하고 야만적이라는 점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여느 테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파리, 런던, 브뤼셀, 니스 등에서 발생했던 '소프트 타깃'(민간인 겨냥 테러) 공격은 이제 서유럽에서 등골 오싹한 현실이 됐다.
그러나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 다른 게 있다. 바로 공격 목표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공연 관람자들이 대부분 젊은 여성, 어린 소녀들이었고, 공연자였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강한 여성'을 노래하는 인기 절정의 미국 젊은 여자 가수다.
희생자들도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이번 테러가 여성들을 겨냥하고, 여성혐오가 공격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맨체스터 테러가 여성과 소녀들을 겨냥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에 있는 연구소 로열 유나이티드 서비스 인스티튜트의 선임 연구원인 샤생크 조시 박사는 "여성혐오는 극단적 이슬람 가치관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이슬람 과격파들은 서구를 부도덕하고 타락한 세계라고 공격하기 위해 오랫동안 여성에 대한 증오를 출발점으로 삼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란데의 노래는 여성을 찬양하고, 여성의 힘을 더 강하게 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히트곡 '위험한 여자'(Dangerous Woman)는 여성이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결정을 스스로 내린다는 내용이다.
영국 경찰은 이번 테러의 동기를 조사하고 있으나, 왜 하필 여성 관람객이 많은 그란데의 공연을 타깃으로 삼았는지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란데는 특히 10대 소녀 팬을 많이 갖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비욘세, 테일러스위프트보다 많은 1억500만여 명이다.
이번 자살테러의 범인은 리비아계 가정 출신인 살람 아베디(22)인 것으로 드러났다.
IS는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했으나 이번 공격이 여성혐오의 발로였는지는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맨체스터 대학 영문학 전공 학생인 샤히라 카툰(22)은 이번 테러가 아무리 끔찍하다고 해도 "여성들이 이것 때문에, 몇몇 범죄자들 때문에 기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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