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문자만 2천건"…이낙연 검증한 野의원, 맹공 당해(종합2보)
낙선 협박에 인신공격까지…의원들 "무조건 용비어천가 불러야 하나"
이낙연 "표현 자유 지키되 절도 잃지 말아달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고상민 박수윤 기자 = "xx하네. 너는 군대 갔냐", "너 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궁물(국민의당을 비하한 말) 많이 드시고 무병장수하세요".
24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첫날.
국회 인사청문위원으로서 아들 병역면제와 탈세, 위장전입 의혹 등 이 후보자 신상 검증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온종일 예기치 못한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이날 밤 10시께 질의에 앞서 "욕설에 가까운 '문자 폭탄'을 2천건 받았다"면서 "무조건 다 잘했다며 용비어천가를 불러야 그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김 의원은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국민을 대신해 철저한 검증과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비난받아야 하느냐"면서 "전두환 독재를 미화한 행적과 국민적 의혹이 있는 도덕성의 검증이 왜 그리 불편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인사는 모든 것이 선이고 그 외 인사는 모두 악이 아니다"라면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국회의원 활동에 무차별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통합과 협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이태규 의원은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도 '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니 xx들은 어떤가 한번 파보자", "이태규 너 털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이명박 따까리 xxx" 등 인신공격성 글이 난무했다.
이 의원이 질의에서 이 후보자의 아들 전세자금 출처 의혹을 제기한 것을 트집잡으며 "니넨 결혼식하고 나서 전세 구하니?"라고 남긴 글도 있었다.
아들 결혼식 축의금, 부인 그림 강매 의혹 등 도덕성 검증에 주력한 자유한국당 강효상과 정태옥, 경대수 의원도 '문자 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강 의원은 오후 청문회 질의 때 "저도 무차별적인 문자와 카톡 폭탄을 받았다. 욕설이 대부분이었다"며 "이는 반민주적인 행위로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밤 청문회 속개 직전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를 보여주면서 "문자가 200개 넘게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온다"고 하소연했다.
경 의원은 이날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기록하면서 누리꾼들의 십자 포화를 맞았다. 누리꾼들은 경 의원 아들도 병역 면제를 받았다면서 "경대수는 본인 아들 의혹이나 해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인사청문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공직 후보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귀중한 자리"라면서 "시청하는 국민께서도 본인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해도 차분하게 시청하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나란히 논평을 내고 소속 의원에게 인신공격성 문자를 퍼부은 세력을 비판했다.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문자 폭탄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판하는 같은 당 인사들에게 무차별 문자 테러가 가해졌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당시 문 후보는 이를 두고 '양념' 운운해 논란이 된 일도 있다"며 "'문자 양념'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키는 적폐"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도 "'문자 폭탄'은 유례가 없는 정치적 테러"라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자기들 편이 아니면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인사청문회에서의 문자 폭탄도 청문회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양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인사청문회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놀이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표현의 자유는 지키되 절도를 잃으면 안 된다"면서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으나 상대 표현의 자유도 존중해줬으면 한다"면서 "의정활동의 일부는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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