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새 대테러 난제…구름관중 행사 어떻게 지켜내나

입력 2017-05-24 14:21
유럽 새 대테러 난제…구름관중 행사 어떻게 지켜내나

주요시설 보안 강화했더니 입구·출구에서 테러

영국·벨기에·프랑스 등 '뒤통수' 맞은 뒤 해결책 고심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2만여명이 운집한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발생한 22일(현지시간) 밤 폭탄 테러로 대규모 군중을 겨냥한 테러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다시금 전 세계 대테러 당국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전했다.

지난 수년 사이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장소를 노린 테러 위협이 고조되자 각국 경찰은 각 진입로나 입구에 금속탐지기 설치를 추가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대규모 스포츠 경기장이나 공연장에서도 검색 절차가 예전보다 엄격해졌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이러한 보안 감시망 밖에 있는 곳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테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맨체스터 공연장 자폭 테러범도 공연이 막 끝나고 관객들이 공연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출구와 가까운 공공장소에서 폭탄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공연장을 출입하려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고, 보안이 취약한 때와 장소를 노린 것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대테러 전문가 라파엘로 판투치는 "개방돼 있고 접근하기 쉬운 이들 장소의 속성상 (테러로부터) 보호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테러범이 "최대의 사망자를 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의도적으로" 선택했다고 규탄했다.

이번 테러 직후 각국 당국은 즉각 보안 절차 재평가에 들어갔다.

벨기에 당국은 현지 경찰에 음악 페스티벌이나 대규모 행사 시 보안 조치 목록을 하달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도 스포츠, 문화 행사 주최 측에 비슷한 지침을 내렸다.

영국 당국은 오는 27일 열리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 여름철 대규모 스포츠, 문화 행사를 앞두고 있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FA컵 주최 측은 23일 행사장 주변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팬들에게 보안검색을 고려해 일찍 와달라고 당부했다.

미국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22일 경찰이 경비와 순찰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공공장소나 행사에 추가적인 보안 조처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WSJ는 이미 많은 곳에서 관중들이 입장할 때 검색을 하고 있지만, 이번 맨체스터 테러로 사람들이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도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30개국 정부가 관여하고 있는 세계대테러포럼도 무방비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 타킷' 테러를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각종 행사장 경비를 강화하는 것은 테러 공격 대상을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일 뿐 테러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안 조치가 엄격한 공항과 같은 곳에서조차도 테러리스트들은 상대적으로 경비가 느슨한 구역을 공격할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있다.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과 같은 해 6월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모두 보안검색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구역에서 발생했다.

이에 일부 공항은 인파를 좀 더 잘 살펴보고 폭탄을 포착해내기 위한 감시장비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공공장소는 규모가 엄청나서 통제가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 산책로에서 열린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데이) 축제에서 트럭 테러로 86명이 희생되기 며칠 전 현지 경찰은 행사장 주변에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그만두기도 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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