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만들어주세요" 대통령께 삐뚤빼뚤 손편지
전주교대 군산부설초등생들 대통령 내외에 손편지…"청와대에 가고 싶어요"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대통령님) 어린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김정숙 여사님 우리 학교에 '1일 교사'로 꼭 와주세요", "청와대에 가고 싶어요".
24일 오전 전북 군산시 팔마로에 있는 전주교육대학교 군산부설초등학교 1학년 3반의 3교시 수업시간.
교실이 꼬마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23명의 학생은 고사리손으로 공책 절반 크기의 엽서에 갖은 색깔을 입혀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를 써대느라 야단법석이었다.
그리고는 봉투에 우표를 붙인 뒤 수신지를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대통령비서실'이라고 큼지막하게 적었다.
엽서마다 안경 쓴 남성(문재인 대통령)과 단정한 복장의 중년 여성(김정숙 여사), 그분들을 위한 밥과 반찬은 물론 여러 색깔의 하트도 있다.
어떤 것은 해당 학생이 아니면 아무도 이해 못 할 난해한(?) 그림도 있었다.
학생들은 엽서에 "청와대로 초대해주세요", "취임 축하드려요", "애들이 안전하고 학교 다니기에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등의 글을 써넣었다.
한 엽서에는 "대통령님 곁에서 잘 내조해 주세요", "우리 학교에 1일 교사로 꼭 와주세요"라고 김정숙 여사에게 바라는 내용도 적었다.
'항상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쓴 최서연 양은 "새 대통령님이 어린이와 어른이 잘사는 나라를 꼭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편지를 썼어요"라고 어른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4학년 이소민 양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쓴 손편지와 이를 읽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압축한 QR코드를 봉투 겉면에 붙여 눈길을 끌었다.
6학년 2반 학생들은 "예전 대통령과 다른 (새 대통령의) 서민스러운 행보에 놀랍다", "여사님이 라면을 끓여주며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이 참 좋다"라고 학교의 맏형·누나다운 글을 쓰기도 했다.
군산부설초등학교의 모든 학생은 이날 정규과목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손편지를 썼다.
이 학교는 컴퓨터와 SNS에 익숙한 학생들의 글쓰기 향상, 인성교육, 오프라인 소통 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매월 한차례 '손편지 쓰기'를 진행한다.
홍석기 교장은 "대통령에게 소외되고 어려운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고,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기념 편지쓰기' 수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오늘 쓰인 편지와 엽서는 손편지운동본부(대표 이근호)를 거쳐 이번 주에 청와대로 전달될 계획이다.
군산부설초등학교 학생들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자신들 편지를 읽고 어떤 답을 보낼지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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