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 보조금 축소 '자충수'…아태 영향력 줄고 中엔 기회

입력 2017-05-24 14:27
美 무기 보조금 축소 '자충수'…아태 영향력 줄고 中엔 기회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군사 원조를 보조금에서 차관 형태로 전환키로 하면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원 확보에 부담을 느낀 필리핀 등 일부 군소국가들이 무기 도입선을 미국 대신 중국 등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 1일∼2018년 9월 30일) 예산안에서 국무부와 다른 국제 사업 예산을 2017 회계연도보다 29.1% 삭감하고 일부 국가에 대한 군사 원조 방식을 보조금 대신 차관 공여 방식으로 변경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고가 무기의 신규 구매나 지속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아시아 국가들이 도입선을 중국 등 다른 나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이 도입선 교체 가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실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추진했으며 최근에는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이슬람 무장단체 소탕작전을 위한 무기 확보를 위해 러시아에 협력을 타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파키스탄 등 다른 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군사 보조금 지원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중국은 신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대외원조를 늘리는 정반대의 행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무기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경제적 지원을 미끼로 해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싱가포르국립대 남아시아연구원의 라지브 란잔 차투르베디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상반된 행보가 지정학적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차투르베디 연구원은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가 하드웨어만 사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분도 사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특히 무기 구입국가들이 정치적 지원도 일부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더 많은 주문을 받기 시작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며 프랑스와 독일, 이스라엘 등 다른 국가도 무기를 대신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데라살 대학의 리처드 헤이타리언 조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경시와 국무부 예산 삭감 조치가 미국의 동맹국들과 아시아 내 영향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즈위안(知遠)전략방무연구소의 저우천밍(周晨鳴) 연구원은 "미국의 조치가 자국이 다른 국가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고 다른 국가를 돕는 강대국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상징적인 것일 수 있다"며 단기간에 중국의 무기 판매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작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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