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향 9년 이끈 김대진 예술감독 사표 수리
임기 11개월 남기고 퇴진…악장 등도 동반사퇴할듯
단원과의 갈등 봉합 실패…객원지휘자 체제로 전환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단원들과의 갈등 끝에 지난 10일 사표를 제출한 김대진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결국 수원시향을 떠나게 됐다.
수원시는 24일 염태영 시장 주재로 현안회의를 열어 김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그는 내년 4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김 감독의 사표 수리를 보류해 온 염 시장은 전날 수원시시립예술단 운영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지금같은 상황에서 지휘와 연습이 되지 않을 것이어서 감독이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모은 의견을 받아들였다.
김 감독의 사퇴와 함께 수원시향의 악장도 사표를 내기로 했으며 일부 파트 수석들도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시는 또 감독 및 악장의 사퇴로 인해 다음달 26일 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방문 연주회 일정도 취소하기로 하고, 사과 서신을 보낼 예정이다.
수원시는 당분간 수원시향을 부지휘자 체제로 운영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새로운 예술감독을 영입하고 시향 운영방안을 개선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향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절정기를 맞고 있는데 이런 사태가 생겨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김대진 감독과 단원들간의 갈등이 발단이 됐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대학·대학원(박사과정)을 졸업한 김대진 감독은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로, 대원음악상 대상(2017년)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가졌다.
수원시향의 객원지휘자로 활약하다 2008년부터 수원시의 '삼고초려' 끝에 시향의 상임 지휘자를 맡은 이후 수원시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감독이 수원시향의 지휘자로 취임한 다음 해 미국 뉴욕 카네기홀 전석 매진, 객석예술인상 수상(2011년), 창단 30주년 전국 9개 도시 전국투어 연주 성공 개최(2012년), 이탈리아 메라뇨 국제뮤직페스티벌 폐막공연 공식초청(2014년) 등 수원시향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시향 운영방식과 단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단원과의 갈등이 깊어졌다.
특히 지난달 15일 롯데콘서트홀 부활절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사흘간 리허설을 하면서 김 감독이 단원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박치'라는 모욕적인 말을 쓴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수원시향 노조가 수원시향 상주홀인 SK아트리움에 김 감독의 폭력적인 리허설, 수준 미달의 리더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감독은 지난 10일 모든 단원 앞에서 "연주를 더 잘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인데 지나쳤던 것 같다.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공식적인 사과표명을 한 뒤 사표를 제출했다.
당황한 수원시가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채 12일 넘게 김 감독과 단원들간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중재노력을 했으나 실패하자 결국 사표 수리로 방향을 선회했다.
수원시향의 단원들은 김 감독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 사임 찬반 투표를 벌여 77명이 찬성할 정도로 단원들은 마음을 돌렸다.
김 감독은 사표 제출 이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수원시향은 제가 9년간 키워온 단체이고 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면서 "저와 우리 단원이 만든 업적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말고 다시 복원하기 위해 서로 신뢰를 회복될 수 있다면 (복귀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1982년 4월 17일 창단했으며, 연주단원과 사무단원 등 103명이 주축이 돼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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