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알파고 쇼크' 인공지능 공격 투자…"16조원 시장 만들겠다"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구글을 경계하면서도 알파고와 커제(柯潔) 9단의 대국을 성사시킨데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큰 몫을 했다.
중국은 작년부터 노동과 자본 투입을 통한 기존 경제발전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인공지능 산업에 주목, 공격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인공지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중국 정부는 2개월만에 범국가적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한 '인터넷 플러스 인공지능 3년 실천방안'을 마련했다.
대책은 2019년까지 인공지능 연구개발에서 세계 선두권 수준에 이르고 응용산업 분야에서 1천억 위안(16조3천억원) 규모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압도한 것을 계기로 자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는 초조함이 배경이 됐다. 이에 따라 다소 무리하게 보이는 목표를 설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지식재산권 조사기관 팻스냅(PatSnap)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출원한 특허 건수는 총 6천900건으로, 미국(9천786건)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서 있다.
빅데이터, 음성 및 이미지 인식 처리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의 상용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중국의 빅데이터 육성은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축적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하드웨어인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중국은 눈부신 약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神威太湖之光)와 톈허(天河)-2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산속도를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세계 슈퍼컴퓨터 연산성능 순위에서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가 세계 1위를 차지함으로써 중국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7번째 연속으로 세계 톱에 오르게 됐다.
외국산 반도체 칩으로 6차례 세계 1위에 올랐던 톈허 2호와 달리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는 중국산 반도체 칩을 사용했다는 점도 중국이 자부심을 갖는 이유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뇌 구조의 해석이나 컴퓨팅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중국 인공지능 산업의 고도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인공지능 기술인력의 저변도 풍부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문제 해결 능력을 겨루는 국제대학생 프로그래밍 콘테스트(ICPC)에서 중국 대학생들이 미국을 제치고 상위에 올랐고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의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상위 20위권에 중국 대학이 3곳이나 포함돼 있다.
중국의 인공지능 투자는 기업 중심으로 이뤄진다. 바이두(百度), 알리바바, 텅쉰(騰迅·텐센트) 등 BAT 인터넷 기업이 주도하고 핵심기술은 중소기업이 포진하는 형태다.
바이두는 2013년 베이징에 딥러닝 연구소(IDL)를 설립했고 이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연구소를 개설해 200명 규모의 연구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가상 비서 로봇 '두미'를 공개하고 자율주행자동차 사업부도 설립했다.
알리바바 역시 중국 과학기술부와 양자컴퓨터 전문 실험실을 공동 설립해 인공지능을 개발 중이며 텅쉰은 스마트컴퓨팅 검색실험실(TICS LAB)을 구축해 인공지능 연구에 주력하면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자 로봇 '드림라이터'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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