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커제 누른 알파고 승리에 "예상대로다"
"초반에 했어야…2국은 백이니 1국보다 잘할 것"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이세돌 9단은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꺾은 데 대해 "예상했던 대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세돌 9단은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3번기 1국에서 알파고가 커제 9단을 289수 만에 백 1집 반승으로 꺾자 이러한 관전평을 내놓았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커제가 예상 밖의 좋은 수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완패였다. 나중에는 예상대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이미 알파고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맞선 최초의 인간 대표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트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와 5번기를 벌여 1승 4패로 패했다.
당시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한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이세돌 9단이 거둔 '1승'이 인간이 알파고에 승리한 최초이자 최후 기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금의 알파고는 1년 2개월 전 이세돌 9단과 대국할 때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한국·중국·일본의 최정상 프로기사들과 인터넷 바둑을 펼쳐 60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에도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너무 세졌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커제 9단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는 "이제 1국이 끝났다. 흑으로 졌는데, 2국에서는 백으로 두니 1국보다는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공략하려면 초반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확실히 알파고가 좋은 흐름을 타면 이기기 쉽지 않다"며 "초반에 좀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커제 9단이 제한시간 3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시간을 활용했어야 했다. 초반, 중반에 시간을 더 쓰며 뒀어야 했다"며 "커제 9단의 시간이 많이 남았더라"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국은 커제 9단에게 13분 17초가 남은 상황에서 끝났다.
이세돌 9단은 업그레이드된 알파고가 커제 9단과 대국하는 모습을 본 특별한 소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대국을 어디서 봤느냐는 질문에 "그냥 봤다. 휴대전화로 간간이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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