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구 문재인 대통령 됐습니다"…盧추도식서 '집권보고'

입력 2017-05-23 17:05
與 "친구 문재인 대통령 됐습니다"…盧추도식서 '집권보고'

봉하마을에 여권 인사 총집결…"노무현 정신의 승리"

文대통령 "당신이 그립습니다"…상록수 울려퍼지자 '눈물'

건호씨 "살아계셨다면 막걸리 한잔 하자 하셨을 것"

(서울·김해=연합뉴스) 이광빈 서혜림 박수윤 기자 = 여권 인사들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총집결, 집권여당이 됐다고 '보고'했다.

이날 추도식은 9년 만에 재집권을 한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에게 '승전보'를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자리였으며, 여권 인사들은 추도식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매년 추도식을 지켜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정세균 국회의장,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등이 추도식장인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 잔디광장의 앞줄을 지켰다.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70여 명의 의원도 일제히 추도식에 참석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다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아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함께했다.

추도식에는 시민 1만5천 명(주최 측 추산)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추도식 인사말에서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고, 우리가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라며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라며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 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인사말에서 "바보 노무현이 시작한 이산(移山)의 역사를 우리 국민이, 새로 출범한 민주정부가 이어가게 될 것"이라며 "8년 전 뿌린 씨앗이 촛불로 살아나 거대한 벽을 넘고 새 대한민국의 앞길을 밝혀주는 횃불이 됐다"고 말했다.

임 전 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당신께서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0년 민주주의 후퇴에 맞선 노고의 결과이자 노무현 정신의 승리"라며 "문 대통령과 함께 개혁과 통합의 과제를 완수하겠다. 반칙과 특권이 없는 더불어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는 유족 대표 인사말에서 "저와 유족들 역시 이 감격과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며 "아버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은 막걸리 한잔 하자고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삭발을 해 눈길을 끈 건호 씨는 "최근 심하게 탈모 현상이 일어났다. 본의 아니게 속살을 보여드리게 됐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건호 씨가 인사말을 마칠 때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눈물을 흘렸다.

시인인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문 대통령의 저서명과 같은 '운명'이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독했다.

도 의원은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탁(劫濁)의 현실 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라고 낭송했다.

추모시 '운명'이 울려 퍼질 때 추도식장에는 숙연함이 가득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었던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연신 눈물을 훔쳤고, 안 지사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들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상징곡인 '상록수'에 맞춰 희망을 상징하는 '1천4마리의 나비 날리기' 행사가 진행됐고, 먹먹해 하던 문 대통령도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을 들었다.

추도식에 앞서 문 대통령 내외와 권양숙 여사, 건호 씨, 정 의장, 김·임 전 의장, 이해찬 의원,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추도식 이후에는 추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권 여사를 예방했다.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권이 화합과 개혁의 정치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도식에는 국민의당에서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10여 명의 의원과 안철수 전 대표가 참석했고, 자유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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