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수반, 퇴임 한달 앞두고 '수난'…야당, 탄핵안 제출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홍콩 야권이 임기를 한달 가량 남겨둔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을 겨냥, 탄핵안을 제출하며 막판 공세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다수당인 친(親)중국파의 반대로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비리와 권한 남용 혐의 등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범민주파 등 입법회의원(국회의원격) 28명은 전날 저녁 렁 장관이 자신의 비리 혐의에 대한 입법회 조사에 개입함으로써 권한을 남용하고 입법부 권한을 침해했다며 입법회 사무처에 그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
범민주파는 렁 장관이 자신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는 입법회 특별위원회 내 친중국파인 홀든 차우(周浩鼎)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의원과 결탁해 특위 조사의 방향과 범위,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설치된 입법회 특별위원회는 렁 장관이 2012년 취임 후 호주 엔지니어링 업체 UGL로부터 5천만 홍콩달러(약 72억 원)를 자문료로 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점이 법을 위반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렁 장관은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차우 의원으로부터 위원회 내부 자료를 넘겨받아 자신에 대한 조사 범위를 대폭 축소한 채 건넨 정황이 최근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범민주파는 법원이 탄핵안 근거에 대한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다음 달 7일 입법회 표결에 부쳐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콩 행정장관에 대한 탄핵은 입법회 의원 70명 중 4분의 1인 18명 이상이 탄핵안을 발의한 뒤 최고법원 독립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탄핵안 근거가 확보되면 전체 입법회 의원 표결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과 중국 중앙정부의 승인을 거쳐 이뤄진다.
그러나 입법회의원 중 친중국파가 과반을 차지하는 데다 중국 당국이 친중파인 렁 장관을 지지하고 있어 렁 장관 탄핵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대 친중국파 정당인 민건련의 스태리 리(李慧瓊·여) 주석은 탄핵안 발의와 같은 야권의 정치적 공격이 예상됐던 것이라며 이러한 정치적 공격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렁 장관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서 모든 홍콩인이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조사권 남용에 맞서 자신의 명예를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정부 관리도 예외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문료 수수 혐의에 대해 행정장관 취임 전인 2011년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신고 의무가 없다고 해명한 적이 있다.
렁 장관은 다음 달 말 임기 5년을 마치고 퇴임하며 캐리 람(林鄭月娥·59·여) 행정장관 당선인이 7월 1일 정식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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