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선 '40년 지기' 최순실-박근혜…법정서 눈도 안 마주쳐(종합)
굳은 표정 朴-울먹이듯 훌쩍인 崔…서로 인사도 안해
검사, 박 전 대통령 '피고인'으로 지칭…'전직 대통령'으로 표현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황재하 이보배 기자 =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합니다." "피고인들은 모두 나와서 자리에 앉으십시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서관 417호 형사대법정. 재판장이 시작을 알리자 피고인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초췌한 얼굴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띠고 들어섰다. 헌정 사상 3명째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은 뒤 곧장 '비선 실세' 최순실(61)씨가 법정에 들어섰으나 40년 지기로 알려진 두 사람은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그의 변호인단뿐 아니라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 등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서로 인사하지 않았다.
줄곧 앞만 응시하던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 짧게 귓속말로 대화할 뿐 최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재임 때보다 다소 초췌한 모습의 박 전 대통령은 양손을 팔걸이에 얹은 채 회한에 잠긴 듯 목을 젖혀천장을 올려다보거나 방청석을 향해 잠시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목이 타는 듯 변호인이 종이컵에 따라준 물을 한두 차례 들이켰다.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최씨는 연신 무언가를 메모했다.
재판장이 두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시작으로 재판을 진행하자 박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질문에 답했다. 최씨는 감정적으로 흔들린 듯 울먹이는 표정을 짓고 코를 훌쩍였으나 박 전 대통령은 내내 아무런 표정도 띄우지 않았다.
공소유지에 나선 검사와 재판장은 이날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피고인'이라고 지칭했다. 검사는 모두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에 관해 '피고인'으로 부르면서 간간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법무부 호송차에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9시 10분께 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집게 머리핀으로 머리를 고정해 '트레이드 마크'인 올림머리와 비슷한 형태를 낸 헤어스타일에 남색 코트 차림이었다. 법정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손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으나 포승줄로 묶이진 않았다. 왼쪽 가슴에 구치소 표식이 달려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때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해온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를 비롯해 여러 명이 맡았다. 법원 부장판사 출신 이상철 변호사 등도 출석했다.
검찰에서는 특별수사본부의 핵심 실무진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 등 검사 8명이 출석했다.
법원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정 안에 10명이 넘는 방호원과 사복 경찰관들을 배치하는 등 경비 수준을 강화했다. 다행히 재판은 별다른 동요나 소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확보한 방청객들은 재판 시작 전부터 법정 앞에 줄을 서서 비표를 받은 뒤 일찌감치 150석 규모의 대법정을 가득 채웠다. 몇몇 방청객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쥐거나 미리 준비한 노트에 바쁘게 메모하며 재판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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