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타고 사우디서 이스라엘로 직행한 첫 美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취임 첫 외국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스라엘로 직행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방문국인 사우디에서 공식 일정을 마친 뒤 22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의 리야드에서 직항로를 이용해 이스라엘의 텔아비브까지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대다수 아랍국들처럼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어 양국 간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당연히 두 나라 사이에는 직항로가 개설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중동과 유럽을 오가는 상업 항공기들이 이스라엘 영공을 피해 요르단이나 이집트 영공으로 우회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드물게 이스라엘과 수교한 아랍 국가들이다. 나머지 대다수 아랍국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적대 정책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여권 소지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랍 국가들에 입국이 거부된다. 이스라엘의 이슬람 신자들이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를 순례하려면 요르단 임시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취재하기 위해 사우디 입국 비자를 신청했던 다수의 이스라엘 기자들에게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사우디-이스라엘 비행이 왜 중대 사건인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원이 처음으로 직항로를 이용해 사우디에서 이스라엘까지 비행했다며 주목할 만한 여행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와 유사한 직항 운항이 과거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처럼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명의 미국 전직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이 시리아에서 직항편으로 이스라엘로 간 적은 있지만, 미국 현직 대통령이 직항 노선을 이용해 사우디에서 이스라엘로 간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AP통신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국무부 자료를 토대로 2008년 5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텔아비브에서 리야드로 직행했다고 전했다. 2007년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이 직항편으로 사우디에서 이스라엘로 갔고, 1998년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이 이스라엘에서 사우디 제다 부근 공군기지까지 비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직항 이용이 정부 관리들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직항로 이용은 과거의 경우와 달리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언젠가는 이스라엘 총리도 텔아비브에서 리야드까지 날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문제로 대립하고 있지만, 이란의 팽창에 맞서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등 비공식 차원에서 괄목할 만한 관계 증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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