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러 내통 부인해달라' 요청"

입력 2017-05-23 10:01
"트럼프,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러 내통 부인해달라' 요청"

WP "DNI, NSA 국장에 도움 요구했으나 거절 당해"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 공모 증거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부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미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대선개입 조사와 관련해 도움을 청했다.

성명 등을 통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관의 연계가 없다는 사실을 발표해달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NSA)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사한 요청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은 FBI의 제임스 코미 전 국장이 3월 20일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며칠 후에 이뤄졌다.

코미 전 국장은 당시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사건과 트럼프 캠프-러시아 당국 간의 부적절 접촉 의혹을 공식 수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코츠 국장과 로저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WP는 보도했다.

CIA에서 법무 자문을 했던 제프리 스미스는 정보기관 수장들을 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FBI의 워터게이트 조사를 중지시키려고 CIA를 이용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실패한 노력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도 FBI 조사 대상에서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인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NSC) 전 보좌관을 제외할 수 있을지를 정보당국 수장들에게 타진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저스 국장 사이 대화 내용은 NSA 고위급 인사가 기록했다. 코츠 국장과의 대화 메모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WP는 대화 내용이 담긴 메모가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방해에 따른 특별검사 조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는 최근 러시아 스캔들의 특검 수사를 결정하고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특검에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해 수사방해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중단 압력까지 넣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폭로된 이후의 결정이었다.

이날 WP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FBI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기관에도 러시아 내통 수사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조사 대상에서 빼려고 한 플린 전 보좌관이 정보당국의 보안 조사에서 러시아 유착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보고서는 러시아 스캔들로 낙마한 플린 전 보좌관이 2015년 러시아 여행 포함한 외국 여행과 관련해 조사관들에게 거짓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당시 여행에서 강연 대가로 약 4만5천 달러(약 5천만 원)를 러시아 측으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행이 "미국 회사"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것이며 "외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혜택을 받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이번 보고서는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의원이 공화당의 제이슨 샤페츠(유타)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언급됐다.

커밍스 의원 등 민주 의원들은 서한에서 샤페츠 의원에게 플린 전 보좌관의 거짓 진술을 트럼프 대통령 등이 미리 알았는지 백악관의 문서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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