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하청 근로자 불법 파견 수사 2년만에 본격화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고용노동부가 사내하청 근로자를 불법 파견한 혐의로 피소된 기아자동차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2년여 만에 본격화했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얼마만큼 반영될지 주목된다.
고용부 경기지청은 근로감독관 9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 기아차 경영진의 사내하청 근로자 불법 파견 사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5년 7월 당시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비정규분회(이하 화성분회)가 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을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사안이다.
파견 근로자 보호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파견 근로자에게 직접 생산공정업무를 맡겨선 안 되고 파견 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화성분회는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 분회 노조원 468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승소하자, 정 그룹회장 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법원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자동차 공정을 고려할 때 불법 파견으로 봐야 하며 파견 기간이 2년이 넘은 근로자들에 대해선 정규직 채용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고용부는 화성분회 고발 1개월 뒤인 2015년 8월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에 착수했으나 그간 사내하청 근로자 특별채용에 대한 기아차 노사 협의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이 진행되면서, 결과를 지켜보느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2월 항소심에서도 원고 승소판결이 나자 고용부도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던 이 사건에 특별수사팀을 투입,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2년여 동안 노사간 특별채용 협의 과정과 민사(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결과 등을 참작하느라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용부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이 아니라 검사 지휘사건이어서 수사과정을 검찰과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 지휘를 받은 뒤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나 보강수사 지휘가 내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지검은 2015년 12월 현대차 불법 파견 사건에서 정몽구 그룹 회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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