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압박' 브라질 테메르 "사임 안해…원한다면 탄핵하라"
"사적으로 기업인 만난 것은 잘못…내가 순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으려고 뇌물 제공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정치권 안팎의 퇴진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와 회견을 통해 "자진해서 사임하면 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야권의 공세에 굴복하는 것"이라면서 "나를 무너뜨리기를 원한다면 탄핵하라"고 밝혔다.
이어 테메르 대통령은 관저에서 기업인을 사적으로 만난 것은 잘못이었다면서 "내가 순진했다"고 말했다.
앞서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18일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결코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적이 없고, 누구의 침묵도 돈으로 산 적이 없다"며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는 테메르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의 증언을 막기 위해 입막음용 금품 제공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쿠냐 전 하원의장은 지난해 10월 연방경찰에 체포됐으며, 부패수사를 총괄하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는 돈세탁과 공금유용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5년 4개월을 선고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브라질 최대 소고기 수출업체인 JSB의 대표 조에슬레이 바치스타를 만나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계속해서 입막음용 금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공개되면서 테메르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하원에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요구서가 잇달아 접수되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테메르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브라질변호사협회(OAB)가 테메르 대통령이 증언을 막으려 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원에 탄핵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의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1995∼2002년 집권)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테메르 대통령이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할 수 없다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브라질 사상 첫 흑인 사법부 수장이었던 조아킹 바르보자 전 대법원장은 테메르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 대대적인 '반 테메르' 시위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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