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군들' 직고용에 월급 올랐지만 아직 팍팍한 처지

입력 2017-05-23 08:05
구의역 '김군들' 직고용에 월급 올랐지만 아직 팍팍한 처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 직영 전환…평균 연봉 3천만원

경력 불인정·일반직 직원과 임금 격차 등은 '숙제'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난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가방 속 컵라면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공고 졸업 뒤 대학진학을 꿈꾸며 성실히 일하다 변을 당한 열아홉 살 김군 사연이 사고 직후 알려졌고, 사람들은 밥 한 끼 마음 편히 먹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일했을 김군 모습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목숨을 걸고 일하면서도 김군의 월급은 140여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월급이 180만∼220만원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도 불거졌다.

여기에 같은 하청업체에 속한 임직원 가운데 서울메트로 출신은 매달 김군 급여의 3배에 이르는 434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들에게는 '메피아'(서울메트로+마피아)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구의역 사고는 이처럼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실태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경영 효율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소홀히 했다는 자성이 일었다. 서울시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스크린도어 관리 분야 직접 고용 방침과 처우 개선 등 대책을 내놨다.

민간위탁업체가 고용하던 스크린도어 인력을 직영으로 전환해 신분을 보장했고, 연봉도 평균 21% 상승하는 등 처우가 개선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직영 전환 과정에서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직 직원과의 임금 격차가 여전하다는 점 등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인력부족·부실관리로 예견된 사고…서울시 "억울한 죽음 없도록" 대책 마련

구의역 사고를 당한 김군은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관리 외주업체인 은성PSD에서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사고 당일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혼자서 점검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스크린도어 점검은 2인 1조로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인력부족으로 김군 혼자 구의역 플랫폼에 올라야 했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이 사고를 2개월 동안 조사한 뒤 "비용을 아끼려고 휴무나 장애발생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이 산정돼 2인 1조 근무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 서울메트로는 당시 김군이 스크린도어 작업을 한다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들어오는 열차에 위험을 알리지 못했다.

은성PSD는 평소 작업현장 실태 점검, 안전교육 등 기초적인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인 메트로 역시 '현장 점검 강화', '용역업체 안전교육 강화' 등 기본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구의역 사고 1년 전에도 강남역에서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수년간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지만, 재발방지 대책은 형식적이었고, 사고 직원이 안전 규정을 어겼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진상조사단은 이 사고를 '안전'을 비용절감의 대상으로만 삼은 공공부문 경영 효율화 정책과 부실한 스크린도어 공사 등이 종합적으로 빚어낸 참사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안전에 대한 비용절감과 인력감축은 결국 안전사고로 이어져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구의역 사고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와 전동차 경정비 등 지하철 안전 관련 업무를 모두 시 직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대책을 내놨다. 연봉 인상 방침도 밝혔다.

'메피아' 근절을 위해 전적자는 퇴출하고, 직영 전환 후에도 배제하기로 했다. 민간위탁 계약이나 임금피크제 등에서도 전적자 특혜를 없애 차별을 없애겠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도 시민토론회에 참석해 구의역 사고를 서울 탈바꿈 계기로 만들고 서울형 노동혁명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김군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스크린도어 업무 직영 전환…김군들 연봉 2천만원→3천만원까지 상승

서울시 계획에 따라 메트로는 작년 9월 외주업체에 민간위탁하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업무를 직영 전환하면서 안전업무직 142명을 채용했다.

작년 11월에는 승강장안전문 전담관리 조직을 신설하고 출동 거점을 기존 2곳에서 4곳으로 확대했다.

연봉 인상 등 처우도 개선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안전 분야 직원 임금이 평균 20%가량 증가했다.

작년 기준 안전업무직 초임 보수는 3천155여만원 수준으로, 민간위탁 당시 연평균 2천322여만원보다 35.9% 올랐다.

입사 2∼3년 차에 주는 평가급·연차수당을 빼도 평균 보수가 2천810여만원으로 이전보다 21% 늘어났다.

김군과 비슷한 시기 입사한 김군 동료들의 처우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우선 외주업체 소속에서 서울메트로 소속으로 신분이 안정적으로 보장됐고, 연봉도 50% 이상 많아졌다.

2015년 10월 입사한 김군 동기 박모군의 경우 2015년 당시 연봉은 1천946만원이었지만, 지난해 2천861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3천42만원까지 올라 2년 새 연봉이 56.3% 상승하게 된다.

최모군 역시 2015년 연봉 2천25만원에서 지난해 2천885만원, 올해 3천84만원으로 연봉이 총 52.3% 오른다.

올해 평가급과 연차수당이 일부 지급되는 것을 포함하면 실질급여는 위탁사에 비해 약 54% 증가하는 셈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근무행태도 바뀌었다.

주간근무와 야간근무를 전담하거나 3조2교대 식의 근무형태에서 주간-야간-비번 등으로 돌아가는 3조2교대로 고정됐다.

바뀐 3조2교대 근무시간은 월평균 165.9시간이며 이 가운데 야근은 평균 55.8시간 한다.

직영 전환 과정에서 외주업체 근무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았고, 일반직 직원과의 임금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 등 더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면서도 그에 합당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더 꼼꼼히 따져 과감한 처우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 지하철 양공사 통합 후 5개월 안에 일반직 처우를 개선하면서 안전업무직 처우도 개선할 것"이라며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도 추가로 논의해 보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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