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을 제치고 아시아의 주된 식사도구가 된 젓가락
신간 '젓가락'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그룹 DJ.DOC는 노래 'DOC와 춤을'에서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라고 했다. 젓가락질 잘못해도 밥을 잘 먹을 수 있지만 원래 젓가락은 밥을 먹는 주요 도구가 아니었다.
신간 '젓가락'(따비 펴냄)은 중국계 미국인인 Q. 에드워드 왕 미국 로완대 교수가 젓가락의 발전과정부터 젓가락 사용과 아시아 지역 음식문화의 관계, 젓가락과 젓가락질의 문화적 의미까지 젓가락의 역사를 짚는 책이다.
젓가락이 처음 생겨난 곳은 중국이다. 저자는 춥고 건조한 날씨로 음식을 뜨겁게 끓여 먹는 것을 선호한 중국인의 음식문화가 젓가락의 발달을 가져왔다고 본다. 고깃덩이를 불에 구워 식탁 위에서 잘라 먹는 서양인이 포크와 나이프가 필요했다면 고기와 채소를 미리 잘게 자른 뒤 국물과 함께 끓여 건져 먹는 식습관에는 젓가락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주된 식사도구는 원래 숟가락이었다. 전국시대 중국인들이 먹던 밥은 쌀이 아닌 기장을 찌거나 끓인 형태였다. 이런 밥을 먹기 위해서는 숟가락이 필요했고 젓가락은 부차적인 도구였다. 중국의 예절서인 '예기'에는 '국에 채소가 들어있다면 반드시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젓가락은 쓰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젓가락이 주된 식사도구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점착성이 강한 쌀로 밥을 지으면서부터다. 밥덩어리를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수 있게 되며 밥과 반찬을 모두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다 국수와 만두 등 밀가루 음식이 확산하면서 전보다 더 많이 젓가락을 쓰기 시작하게 됐다. 당나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젓가락 문화가 외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14세기에는 '젓가락 문화권'이 형성되기에 이른다.
젓가락 문화권에서도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가장 먼저 젓가락을 받아들인 곳은 베트남이다. 쌀밥과 생선요리를 먹는 식습관이 남중국과 비슷했고 오랫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은 영향이다. 아랫부분이 둥글고 윗부분이 사각형인 젓가락 모양도 중국과 비슷하다.
한국에 젓가락이 전해진 것은 6세기말 고구려에 대한 당의 침공이 시작됐을 때로 본다. 중국과는 달리 한국에 금속젓가락이 많은 데 대해서는 야금술이 발달했고 금, 철, 구리 매장량이 풍부했던 점, 대나무가 중국이나 일본보다 흔치 않았던 점 등으로 분석한다.
식사 방식에 따라 젓가락을 놓는 법도 다르다. 한 접시에 차려진 음식을 덜어다 먹는 공통식사 방식의 중국과 한국에서는 젓가락을 세로로 놓지만 개별 식사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다.
일회용 젓가락은 일본에서 생겨났다. 반으로 쪼개 쓰는 젓가락인 '와리바시'는 8세기 일부 횟집에서 쓰기 시작했다. 저자는 젓가락이 아시아와 세계를 이어주는 문화적 가교라고 한다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일회용 젓가락이라고 평가한다.
젓가락을 뜻하는 영어 '찹스틱스'(chopsticks)는 어디서 왔을까. 책은 막대기를 뜻하는 '스틱'(stick)에 광둥어로 '서두르다, 빠르다'라는 뜻의 접두사 '촙'(chop)이 더해져 만들어졌으며 17세기부터 영국에서 '젓가락'이란 신조어가 식사도구를 지칭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젓가락과 젓가락질은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마침내 하나의 살아있는 전통이 되었다"면서 "이 전통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유지하며 계속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순 옮김. 416쪽. 2만2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