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장악한 '메이드 인 차이나'…전자제품·車 넘쳐

입력 2017-05-21 14:44
북한을 장악한 '메이드 인 차이나'…전자제품·車 넘쳐

北, 중국산에 매몰…올 1분기 중국서 가전·車 수입 급증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산 TV,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과 자동차가 핵실험 등으로 강력한 제재를 받아온 북한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이 원유 공급뿐만 아니라 각종 생필품으로도 북한 내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경우 정권 유지에 치명타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21일 코트라 중국 무역관 등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중국에서 LCD(액정디스플레이) TV를 수입해 디지털 TV 방송을 하고 있는데 2014년 수입액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한 7천504만달러(한화 842억원)를 기록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수입액이 평균 5천600만달러(628억원)에 이른 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90% 늘어난 2천88만달러(234억원)로 급증세다. 모든 LCD TV 수입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수입 휴대전화 또한 LCD TV와 마찬가지로 중국산이 전부다.

북한의 2014년 휴대전화 수입액은 8천284만 달러(930억원)였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41%나 증가한 2천598만 달러(291억원)를 기록해 LCD TV와 마찬가지로 올해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휴대전화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북한의 요구사항에 따라 애플리케이션 내용이 편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되는 휴대전화는 글자 입력 시 '김일성'은 굵고 크게 표시되도록 자동 조정하며 일정표 앱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이 삭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 자동차 또한 중국산 일색이다.

북한의 유일한 승용차 브랜드인 평화자동차는 대외 지원이 끊기면서 오랜 기간 완성차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搜狐)는 최근 '평양거리를 누비는 차는 모두 중국 차'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선군 정책과 핵실험을 우선시하면서 민간용 자동차 생산능력도 크게 떨어져 현재 중국 자동차 사용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평양거리에 자동차는 증가했으나 거의 모두 중국 자동차이며 평양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승용차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의 자동차 산업은 타이어나 배터리 등 아주 간단한 부품 조립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자동차 브랜드 로고를 제외한 차량의 모든 부품은 중국산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로 부품 수입마저 힘든 것으로 파악된다.

코트라 중국 사무소 측은 "가전, 자동차 및 부품 분야는 올해 1분기에 북한의 대중국 수입이 많이 증가하면서 유엔 제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높일 경우 중국의 추가적인 제재로 다시 경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중국 기업인 이치(一汽)가 나선경제특구에 자동차 공장 설립 의향서를 제출했으나 진전 상황이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면서 "이는 대북 제재로 중국 기업들이 실질적인 대북 투자를 하지 않거나 조심스러워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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