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잉총통 취임1년에 지지율 반토막…"국민불만에 귀닫았다"

입력 2017-05-21 11:49
대만 차잉총통 취임1년에 지지율 반토막…"국민불만에 귀닫았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일 취임 1년을 맞아 관례적인 기자회견도 생략한채 조촐한 시간을 보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 1년간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지 않은 채 원주민 아이들을 관저로 초청하는 행사를 가졌다.

차이 총통은 지난 19일에는 외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어려운 국내 개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라는 점 등을 설명했지만, 20일 공식 기자회견은 열지 않았다.

차이 총통이 취임 1년 기자회견을 개최하지 않은 것은 1년간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각계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날 대부분 대만 매체는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최고 56%에서 최근 28% 수준으로 급락한 것과 관련한 보도를 쏟아냈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논평에서 성급하게 만들어져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한 부당한 정책들에 국민이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차이 총통은 국민 불만에 귀를 닫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차이 총통이 오만해 인기도 하락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차이 총통과 같은 민진당 출신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도 차이 총통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가 치료를 위해 작년 가석방된 천 전 총통은 사전에 녹음해 지난 19일 만찬 행사에서 공개한 연설에서 차이 총통이 자신의 대중 연설을 금지한 것과 연금 개혁안을 비판했다.

행사에 참가한 일부 친(親)독립 성향 활동가들은 차이 총통이 천 전 총통을 사면하고 대만 독립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압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점도 차이 총통이 공개 기자회견을 꺼리는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안펑산(安峰山)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9일 양안 주민의 공통 미래와 운명에 관한 문제에서는 모호성이 없다며 '하나의 중국'과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수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차이 총통이 19일 외신에 중국이 92공식 인정 요구와 같은 구식 시험지를 버리고 새 시험지로 바꿔야 하며 양안 지도자들이 평화와 번영 유지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을 정면 거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이 92공식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양안 관계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 주석의 시험지를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만 단장(淡江)대 왕쿤이(王崑義) 국제관계·전략학 교수는 "차이 총통이 양안 간 교착 상태를 풀 방안을 찾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더 온건한 기조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교수는 차이 총통이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 천더밍(陳德銘) 회장이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하나의 중국'을 대신해 하나의 중국을 나눠 통치한다는 뜻의 '일국양분치'(一國兩分治)를 제안한 것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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