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알파고, 중국 커제는 어떻게 맞설까

입력 2017-05-21 09:42
더 강해진 알파고, 중국 커제는 어떻게 맞설까

23∼27일 중국서 맞대결…인간 승리 가능성은 회의적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이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정면 대결에 나선다.

커제 9단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알파고와 3번기를 펼친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이 행사에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커제 9단과 알파고는 23일, 25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 일 대 일 맞대결을 펼친다.

바둑에 공인 세계랭킹은 없지만, 커제 9단은 현재 세계랭킹 1위로 널리 인정받는 기사다.

1997년생인 커제 9단은 2008년 입단, 2015년 세계대회인 바이링배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세계 메이저대회 3관왕(삼성화재배, 바이링배, 몽백합배)에 오른 최연소 기사다. 삼성화재배는 이미 두 번이나 제패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커제 9단도 알파고 앞에서는 조금 위축된 모습이다.

알파고는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치며 세상에 알려졌다.

처음에는 알파고가 인간 고수에게 도전하는 형식으로 비쳤다.

그러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은 4승 1패로 제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간이 기계가 두는 정확하고도 새로운 차원의 바둑에 도전하는 양상이 됐다.

이번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업그레이드 알파고'의 화려한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도 커제 9단의 승리에 회의적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신문사는 지난 18일 영문판 기사에서 "이번 대결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대국했을 때만큼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간 승리를 낙관하는 전망은 더 적다"고 보도했다.

커제 9단의 심경 변화도 전했다.

이 신문은 "커제 9단은 작년 3월에는 알파고가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지금 커제 9단의 지지자들은 이전보다는 확실히 자신감이 줄었다. 행운을 빌고 있다"고 적었다.



이는 커제 9단에게만 생긴 변화가 아니다. 인간 바둑계 전반에 이와 비슷한 감정이 흐른다.

이창호 9단의 맞수로 유명한 창하오 9단은 중국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처음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도전했을 때는 인간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바둑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 지능의 성역으로 여겼다. 하지만 알파고의 등장에 인간은 두려움과 실망을 느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창하오 9단은 커제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어려운 대국을 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3국 중 1승이라도 따기를 희망했다.

구리 9단도 커제 9단의 승률이 10%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구리 9단은 연초 알파고가 '마스터'라는 아이디(ID)로 세계 최고수들과 인터넷 바둑을 두면서 60연승을 달렸던 것을 떠올렸다. 커제 9단도 이 온라인 대국에서 패했다.

'마스터'는 알파고의 새 버전 '시제품'이었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의 기사들을 압도했다. 온라인 대국을 지켜본 이세돌 9단도 "알파고가 너무 많이 세졌다"고 놀라워할 정도였다.

오는 23일 공개될 알파고는 이보다 완성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 9단은 "커제 9단도 자신의 방법을 바꿔가면서 열심히 준비해왔다. 커제 9단이 잘 싸우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승패를 떠나 이 행사의 제목처럼 '바둑의 미래'를 탐험하는 데 의의를 두는 시각도 많다.

알파고는 이번에 페어바둑과 상담기 등 새로운 분야도 개척한다.

오는 26일 구리 9단·롄샤오 8단과 페어바둑을,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9단과 상담기를 둔다.

딥마인드는 "이들은 팀으로 함께 바둑을 두면서 알파고의 창의력을 테스트하고, 알파고가 여러 사람의 각기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리 9단도 "인간이 또 알파고에 진다면, 미래 바둑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둑의 규정을 바꿀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창하오 9단도 "바둑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바둑의 발전도 이끌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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