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통일 위해 산 오르는 '맨발의 사나이'
조승환씨 "내달 12일 후지산 맨발로 등반…세계인에 울림 줬으면"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남북통일이 될 때까지 맨발로 전 세계 산을 오르고 싶어요."
21일 도봉산에서 만난 조승환(50)씨는 신발을 벗고 스쿠버다이빙용 장비를 한 채 산을 오르내리며 고산병 예방을 위한 훈련에 열중인 모습이었다.
조씨는 2009년부터 명절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집 앞 도봉산을 맨발로 오르내렸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면 정상까지 1시간 30분은 걸리는 산행이 20분도 안 걸린다며 가뿐한 몸으로 날아다니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도봉산과 태백산 등 국내 산들을 겨울에도 맨발로 오르는 모습이 몇 해 전 전파를 타면서 '맨발의 사나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감동을 자아낸다며 그를 응원하는 팬클럽까지 생겼다.
조씨는 "한겨울에 언 길을 맨발로 올라서면 살과 얼음이 붙어 한기가 올라온다"며 "험한 길을 지날 때는 발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지만, 맨발 산행으로 내 뜻이 울려 퍼진다고 생각하면 끄떡없다"고 말했다.
그가 산행을 시작한 것은 개인적인 좌절 경험 때문이었다.
주식 투자에 실패해 80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는 폐기흉 진단을 받은 뒤 죽을 마음으로 기어서 도봉산을 올랐다. 정상을 밟고 나니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때부터 매일 도봉산에 올랐고, 1년 뒤부터는 맨발로 도전했다. 산을 만나 생의 의지를 다시 찾았고, 의류업체 전무로 재직하는 등 사회적으로 성공도 했다.
한겨울 맨발로 태백산 정상도 5차례나 올랐다는 그는 올해 1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얼음 위에 올라선 채로 1인시위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조씨는 "독립투사였던 외할아버지와 작은 외할아버지로부터 강한 피를 물려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산행할 때는 후원금과 본인 사비를 털어 아픈 어린이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하거나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곳에 쓴다.
그는 "나는 죽을 위기도 넘겼고, 가난하지도 않지만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통일이 꼭 돼야 한다"면서 "세계 사람들에게 유일한 분단국가 현실을 각인시키고 울림을 줬으면 해서 맨발 산행을 고수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에게 남북 평화통일 필요성을 알리고자 다음 달 12일 일본 후지산을 시작으로 외국 산행에도 도전한다. '남북 평화통일 기원'이라고 적힌 옷을 입고 6월 후지산, 8월 백두산에 이어 내년에는 로키산맥과 히말라야까지 갈 계획을 세웠다.
조씨는 "맨발로 이런 산들을 오르기는 내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마지막으로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맨발로 산줄기를 타서 북한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남북 평화통일'이 꿈인 만큼 그의 도전도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된다.
그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팬들과 남북통일을 위한 사명감으로 다시 일어난다"며 "하루도 쉬지 않고 산을 오르며 자기관리를 하면 몇 살이 되든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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