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된 고가도로'…서울로7017 개장 10만 인파 '북새통'(종합)

입력 2017-05-20 20:59
'공원된 고가도로'…서울로7017 개장 10만 인파 '북새통'(종합)

도심 속 공중정원에 시민들 "환영"…엘리베이터 등 정비 덜된 모습 보여

밤 되자 푸른조명이 '은하수' 분위기 내…박원순 "걷기 좋은 서울 계속 만들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자동차가 다닐 때보다 나무를 심어 공원으로 바뀐 지금 모습이 훨씬 좋네요."

20일 오전 10시 공식 개장한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은 개장 직후부터 들뜬 표정을 한 시민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개장 첫날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을 찾았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부터 손을 잡고 공원 구경에 나선 백발 부부까지 공원으로 거듭난 고가를 걸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다만, 상당수 편의시설 정비가 끝나지 않아 제때 문을 열지 못했고, 곳곳에서 마감 작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등 개장 준비는 완벽하지 못했다.





◇ 매연 뿜던 도로에서 공중정원으로 거듭나…시민들 "환영"

개장에 맞춰 서울로 7017을 찾은 시민 대부분은 이 곳을 반겼다. 45년 동안 자동차 길로 사용하다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난 것을 환영했다.

개장 뉴스를 듣고 경기도 안양에서 남편과 아침 일찍 왔다는 양화엽(67·여)씨는 "예전에 남대문시장에 다니러 자주 왔던 길인데, 차가 다닐 때보다 훨씬 좋다"며 "나무가 많아 보기 좋다"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구경 나온 인근 순화동 주민 장누리(38·여)씨는 "개장 전에는 보기에만 그럴듯 한 공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도 좋은 편한 공원 같아 좋다"고 말했다.

만리동·퇴계로·회현역 등 17개 방향 연결로로 진입한 시민들은 높이 17m, 1천24m에 달하는 서울로 7017을 대부분 둘러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탁 트인 높이 17m 서울로에서 보는 주변 풍경도 장관이었다. 옛 서울역 건물과 숭례문을 비롯해 시원하게 뚫린 15차선 도로를 장애물 없이 볼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 재질로 된 안전 펜스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17m 높이를 실감케 할 만큼 아찔해 보였다.

서울역 인근 철길 부분에는 유리 펜스 위쪽으로 철조망을 설치해 안전해 보였지만, 상당한 구간에는 어른 어깨높이의 유리 펜스뿐이어서 자칫 추락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서울로 보안요원' 마크를 단 직원과 시민자원봉사단이 곳곳에서 안전 관리를 하고 있었다.

개장 전 논란을 빚은 공공예술 작품 '슈즈트리' 평가는 엇갈렸다.

"고가에 거대한 검은색 물체가 걸려 있는 것 같아 흉측해 보인다"는 의견과 "보행길로 바뀐 서울로의 의미를 살린 창의적인 작품 같다"는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 '살아있는 식물도감'…"개장 준비 부족은 아쉬워"

공중정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1천여m 구간 전체에 둥근 화분에 심긴 꽃과 나무가 시민을 맞았다.

서울로에는 50과 228종, 2만4천85주의 꽃과 나무가 심겨 '살아있는 식물도감'을 방불케 한다.

다양한 크기의 화분에 심긴 각종 꽃과 나무 앞에는 이름표를 붙였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으면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서울로 전체 바닥과 화분이 모두 콘크리트·시멘트 재질이어서 화분에 담긴 녹색 식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호기심 화분, 공중자연쉼터, 방방놀이터 등 18개 편의시설이 중간중간 설치돼 재미를 더했다.



특히 트램펄린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방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장미김밥, 목련다방 등 상당수 편의시설은 오전 내내 '영업 준비중'이라는 안내판을 걸고 문을 열지 않아 실망하며 지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중간중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마감 작업이 한창인 모습도 보였다. 시민과 약속한 날에 개장했지만, 완벽한 모습으로 개장하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그늘이 없어 한여름 강한 햇볕이 걱정이라는 시민도 있었다.

개장 전 일부에서 서울로의 폭이 좁고 화분이 많은 공간을 차지해 혼잡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또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공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런 우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려 보였다.

이날 사람이 몰리며 길목 곳곳에서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등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동이 목적이 아닌 산책을 위해 나온 시민이 대부분이어서 인파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이동하면서 큰 불만 없이 공원을 즐겼다.

두살배기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서울로를 찾은 윤진수·이새미 부부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지,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하면 유모차나 휠체어가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 온 시민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캐나다에서 온 돈 호워드(62)씨는 "도심에 이런 녹지 공간을 만들기로 한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훌륭하다"며 "서울이 세계 많은 다른 도시에 자랑스러워할 만한 특별한 공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개장 맞아 공연도 풍성…밤 되니 푸른조명 신비한 분위기

개장을 맞아 서울로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대우재단빌딩 연결로에서는 '서울로 365 패션쇼'가 열렸다. 남녀 모델들이 인근 지역 패션업체가 참여한 디자인의 옷을 입고 아름다움을 뽐냈다.

로보카폴리,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걸어 다니며 퍼레이드를 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50대까지 단원으로 구성된 '코리아 하모니카 오케스트라'가 '레미제라블 OST', '비바 라 디바' 등 곡을 연주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재즈 공연도 인기를 끌었다.

밤이 되자 서울로에는 은은한 청색 조명이 켜졌다.

111개 통합폴에 달린 LED 조명 555개와 화분 551개를 둘러싼 원형 띠 조명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마치 은하수를 연상케 했다.

오후 8시 열린 공식 개장식에서 박원순 시장은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던 자동차 전용 고가가 사람만 다니는 보행로로 변화했다"며 "과거 성장만을 믿고 의지하던 시대에서 시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로 바뀌었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로를 시작으로 세운상가를 종로에서 남산까지 잇고 세종로를 변화시키고 을지로 지하보도 등을 통해 걷기 좋은 도시로 서울을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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