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요구서 잇달아 하원에 접수
주요 정당 연립정부 이탈 움직임 가속…정치권 안팎서 퇴진 요구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부패 정치인의 증언을 막으려고 뇌물 제공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서가 잇달아 하원에 접수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까지 8명의 의원이 테메르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접수했으며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테메르 연립정부에 참여해온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에서도 최소한 의원 7명이 탄핵 요구서를 내는 등 우파 진영에서도 탄핵에 동조하는 의원이 늘고 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에 "탄핵 요구서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사실상 탄핵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주요 정당들이 연립여권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탄핵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체 하원의원 513명 가운데 그동안 연립여권으로 분류된 의원은 402명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22명이 이미 연립여권을 이탈했고 111명은 이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의 주요 인사들도 테메르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브라질사회민주당의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전 대통령(1995∼2002년 집권)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테메르 대통령이 의혹을 명확하게 해명할 수 없다면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카르도주 전 대통령이 우파 진영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테메르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의 측근은 "가장 적절한 해결책은 테메르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사상 첫 흑인 사법부 수장이었던 조아킹 바르보자 전 대법원장은 테메르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민사회단체에 대대적인 '반 테메르' 시위를 주문했다.
한편, 테메르 대통령은 전날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결코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적이 없으며, 누구의 침묵도 돈으로 산 적이 없다"며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는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정치인에 대한 입막음용 금품 제공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브라질 최대 소고기 수출회사인 JBS의 대표 조에슬레이 바치스타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바치스타는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입막음을 위해 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고, 테메르 대통령은 "그것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연방대법원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고위 정치인에 대한 조사와 기소는 연방대법원만 할 수 있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