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의 씨앗 '6일 전쟁' 비밀문서 50년만에 공개

입력 2017-05-20 08:00
중동 분쟁의 씨앗 '6일 전쟁' 비밀문서 50년만에 공개

전쟁전후 15만쪽 분량 이스라엘 문서와 영상·사진·음성 등 포함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스라엘이 주변을 둘러싼 아랍권 국가들에 패배를 안겨 중동 분쟁 씨앗의 주요 토대가 된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기밀문서 수천 건이 50년 만에 공개됐다.

20일 이스라엘 매체 아루츠셰바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6일 전쟁 전후 진행된 자국 정치인 발언들과 정부 내각 회의 등에 관한 공식 문서 수천건을 지난 18일부터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 국립문서보관소가 오는 6월 5일~10일 6일 전쟁 발발 50주년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이들 문서는 모두 15만 쪽 분량으로 전쟁 전후 기간 36차례 열린 안보내각 회의의 시간대별 내용, 각 정부 부처 간 주고받은 전보, 정부 발표 성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전쟁 기간 발표되지 않은 문서와 주요 인사의 역사적 필기 내용, 동영상, 사진, 음성 녹음 등도 들어 있다.

중동 현대사에서 6일 전쟁은 정치적·지정학적 대변동을 초래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전쟁은 오늘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없는 분쟁의 씨앗을 뿌린 사건으로도 평가받는다.

실제 이스라엘이 이 전쟁 후 이집트와 요르단, 시리아 등 아랍권 국가들의 영토를 빼앗으면서 아랍권과 적대적 관계 형성을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아랍권 국가들에 승리를 거둔 뒤 요르단 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시리아 골란고원, 이집트 시나이반도를 장악했다.

골란고원 일부와 동예루살렘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에 강제 병합됐고 서안은 지금도 이스라엘에 점령된 상태다. 가자지구는 50년째 이스라엘군에 봉쇄돼 있다.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엔 군병력과 검문소를 배치한 채 이 일대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역사학자 등은 이번 자료 공개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의 영토 장악에 대한 작전 구상과 계획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코프 라조비크 이스라엘 국립문서보관소 소장도 이번 공개에 대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6일 전쟁에 관한 정부 내부의 역학 관계와 초기 입장 등을 가장 세밀하게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전쟁의 시작은 1967년 6월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은 그날 새벽 자국의 존립을 위협하던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 아랍연합국을 선제공격하는 것으로 3차 중동전을 열었다.

이스라엘 공군의 전폭기들은 적의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도록 초저공 비행으로 이집트의 공군기지로 날아가 활주로에 있던 이집트 전투기들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날 하루 동안 파괴된 이집트 공군기는 약 300대에 달했다.

이스라엘군은 동시에 요르단, 시리아 및 이라크의 비행장들을 공격해 약 100대의 전투기들을 초토화했다.

선제 기습공격으로 제공권을 장악한 뒤 지상전에 돌입한 이스라엘군은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로 진격해 2만700㎢에 불과하던 영토를 순식간에 6만8천600㎢로 늘려 놓았다.

이집트 땅이던 시나이 반도와 가자지구, 요르단령이던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 지역, 시리아의 골란고원이 이스라엘의 손아귀에 놓인 것이다.

이스라엘의 기습으로 허를 찔린 아랍연합군의 주축인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가 차례로 휴전을 받아들여 발발 6일 만에 종료된 이 전쟁에서 승자는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이 당시 아랍연합군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제공격이 주효한 것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미국과 영국이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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