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옥자' 요란한 칸영화제 신고식…반응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17-05-19 18:46
수정 2017-05-19 20:04
봉준호 '옥자' 요란한 칸영화제 신고식…반응 "기대반, 우려반"

언론시사회 초반 야유에 8분만에 상영중단 후 재개



(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가 우여곡절 끝에 베일을 벗었다.

19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 칸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옥자'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칸 경쟁부문에 첫 진출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다.

이 때문인지 이날 2천석 규모의 객석은 이른 시간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로 가득 찼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상영 한 시간반 전부터 100m가 넘는 줄이 이어졌다.

'옥자'는 그러나 상영 시작 후 8분 만에 스크린이 꺼지는 소동을 겪었다. 넷플릭스 경쟁작 초청에 항의하는 일부 관객들이 상영 시작과 함께 야유와 박수로 방해하면서 주최측이 상영을 중단했다가 8분 뒤 다시 재개했다.

이날 공개된 '옥자'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일부 관객들은 "참신하다"는 평을 내놨지만, "다소 지루하다"는 소감도 나왔다. 영화가 끝나고 박수가 나왔지만, 일부 기자들은 영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봉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존 론슨이 함께 각본을 쓴 '옥자'는 인간과 동물의 우정, 어른들의 탐욕과 세상에 대한 풍자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그동안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에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준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딱히 장르를 규정짓기 힘든 독창적인 이야기를 풀어냈다.

봉 감독은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일부러 장르를 헷갈리게 한 것은 아니다"면서 "사람들이 '봉준호 장르'라고 불러주는데, 저에게 최고의 찬사"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이어 "이 영화는 생명과 동물,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하마와 돼지를 섞은 듯한 거대동물 옥자를 비롯해 영어와 한국어 대사, 한국 강원도의 산골 풍경과 서울, 뉴욕의 도심, 그리고 한복을 입은 틸다 스윈턴 등 독창적이면서도 국적을 뛰어넘는 비주얼이 이어졌다.



영화의 큰 줄기는 슈퍼돼지 옥자와 10년간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 분)가 뉴욕으로 납치된 옥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최고경영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턴),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의 탐욕이 드러난다.

여기에 비밀 보호 단체까지 옥자를 앞세워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려 하고, 옥자를 구출하려는 미자의 여정은 더욱 험난해져 간다.

봉 감독은 이 영화에서 동물을 친구로 여기면서도, 식량으로 사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심각하게 그리지는 않는다. 곳곳에 봉 감독 특유의 유머가 녹아있고, 캐릭터들도 다소 과장되거나 엉뚱하게 묘사된다. 객석에서도 상영 내내 드문드문 폭소가 터져나왔다.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턴은 전작 '설국열차'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CEO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제이크 질렌할이 동물학자 조니 윌콕스 박스로 나와 그간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색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옥자를 찾기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아역 배우 안서현의 연기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프랑스 르 피가로 기자는 "처음에는 이 영화가 코믹북을 바탕으로 한 줄 알았는데, 오리지널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놀랐다"면서 "이야기가 다소 길게 느껴지긴 하지만, 틸다 스윈턴의 연기가 인상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국에서 온 영화평론가 지아드 쿠오제도 "기대를 많이 하고 봤는데, 일단 독창적이라는데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수상에 대해서는) 기대반, 우려반"이라며 "옥자와 미자가 함께 나오는 부분은 좋았지만, 미란도 기업과 동물단체의 등장 등이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지 않는 것 같았다. 풀어나가는데 다소 어색한 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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