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콩쿠르 동양인 첫 우승자 "조성진 훌륭한 균형지닌 연주자"

입력 2017-05-21 08:40
쇼팽콩쿠르 동양인 첫 우승자 "조성진 훌륭한 균형지닌 연주자"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내달 3년 만에 내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조성진은 지성과 감성, 감수성과 이성 사이의 균형을 지닌 훌륭한 연주자입니다. 이러한 균형 감각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입니다."

'쇼팽 콩쿠르 동양인 최초 우승자'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59)은 같은 콩쿠르의 2015년 우승자 조성진의 장래를 밝게 점쳤다.

그는 내달 내한 공연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시아 연주자들이 과하게 감성적인 측면이 있는 데 반해 조성진은 훌륭한 균형 감각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가 2009년 부산에서 열린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서 처음 만난 14세의 조성진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조성진은 당시에도 이미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가 너무 어려서 2010년 쇼팽 콩쿠르에 나가지 못한다고 이야기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조성진이 2010년 대회에 참가했더라도 우승을 거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조성진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 출신 연주자들이 세계적 콩쿠르를 휩쓸고 있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해 음악과 관련한 정보를 어디에서나 풍부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양과 서양 간 문화 장벽도 크게 낮아졌죠. 그러나 아시아권 연주자 중 아주 높은 수준의 음악가가 부족한 점, 개성이 부족한 점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전쟁의 포연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음악의 불모지' 베트남 출신으로 그가 일궈낸 쇼팽 콩쿠르 우승은 지금까지도 '기적'으로 회자된다.

그는 베트남 전쟁 발발로 피난을 간 상태에서 피아노를 배웠다. 한 달 동안 들소를 이용해 피아노를 산속으로 옮겼고, 해가 날 때마다 비에 젖은 피아노를 말렸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는 연습을 쉬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와의 단 한 번의 협연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을 일궈낸 그의 스토리는 세계 음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콩쿠르 우승 이후에도 당 타이 손은 고국 상황 때문에 서구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했다.

같은 대회 결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던 유고슬라비아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가 훨씬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콩쿠르 우승은 제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어요. 콘서트 경험도 없었고, 서구에서의 연주를 위한 비자도 발급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 자신은 영어를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고요. 우승 이후 해외에서 아주 제한적인 연주만 했던 이유입니다."

그는 1991년 캐나다로 이주한 뒤 뒤늦게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는 내달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다.

쇼팽의 전주곡과 마주르카, 스케르초 등을 조금씩 선보인 뒤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 '제네바의 종',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등을 들려준다.

"로맨틱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이뤄진 로맨틱 프로그램입니다. 쇼팽 프로그램에서는 늘 그렇듯 많은 시적 요소들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5만~9만원. ☎02-541-3173.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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