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한우값 바닥쳤나…넉달째 강보합 송아지는 '껑충'

입력 2017-05-20 07:30
산지 한우값 바닥쳤나…넉달째 강보합 송아지는 '껑충'

1월 이후 경매가 반등…청탁금지법 영향서 벗어날 기미

찔끔 내린 소비자價 오름세…수입산 밀려 한우 자급률↓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부정 청탁 금지법 이후 곤두박질치던 산지 한우 가격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20일 농협 축산정보센터가 집계한 한우의 전국 평균 경매가격은 1㎏에 1만6천283원으로, 지난해 이후 가장 낮았던 올해 1월 1만5천655원보다 4% 올랐다.

지난해 9월 1만8천875원이던 한우 가격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10월 1만7천776원, 11월 1만6천674원, 12월 1만5천787원으로 내려앉았다. 연말과 설을 전후해 나타나던 반짝 오름세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2월 1만6천454원으로 반등해 석 달째 1만6천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한우 가격 전망치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지는 송아지 값도 넉 달째 오름세다.

지난달 전국 가축시장의 6∼7개월 된 수송아지 평균가격은 344만3천원, 같은 크기의 암송아지는 285만9천원으로 올해 1월 305만1천원과 255만원에 비해 12.8%, 12.1%씩 올랐다.

소 값 회복을 기대한 축산농민들이 송아지 입식을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한우협회 황엽 전무는 "한우 가격이 넉 달째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송아지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보면 한우 산업이 청탁금지법의 그늘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상 연말과 설 이후 서 너달은 한우 값이 떨어지거나 약보합세를 보이는데, 올해는 이 시기에도 가격이 올라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한다"며 "다만, 단기간 가격 하락 폭이 컸던 만큼 이에 따른 일시적 반등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3월 259만6천마리로 최저점을 찍은 전국의 한우 사육두수도 12월에는 271만7천마리까지 올라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작년 이후 암소 도축이 줄면서 한우 사육 두수가 차츰 늘어나는 추세"라며 "최근 통계청 발표에서도 1년 새 사육 두수가 1.5% 늘어났다는 자료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우 가격 상승으로 쇠고기 값도 강보합세로 돌아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집계한 지난달 한우 등심(1등급) 100g 가격은 7천832원으로 올해 1월 7천803원보다 소폭 올랐다. 한우 갈비(1등급)도 5천202원으로 1월 5천167원보다 상승했다.

작년 10월 이후 한우 가격이 곤두박질 치는 데도 소비자 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도매와 소매가격이 연동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산지 한우 가격을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은 소고기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없었던 것이다.

5단계로 나뉘는 복잡한 쇠고기 유통 과정이 문제다.

소고기 유통은 축산농가-도축장-중도매인(경매)-가공업체-정육점(소매점)의 과정을 거치는 데,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이 과정의 유통 비용율을 41.5%로 분석했다. 소비자가 낸 쇠고기 값 1만원 중 4천150원이 유통과정에서 덤으로 얹혀진 비용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소 값이 떨어질 때 쇠고기 값은 찔끔 내리지만, 오를 때는 앞장서 뛴다는 지적도 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사육비를 감안한 지금의 산지 한우 값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소비자들은 쇠고기가 비싸다고 외면한다"며 "한우가 적정가격을 유지하고 수입 쇠고기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유통 거품을 걷어내는 게 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쇠고기 소비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한우 자급률은 40% 이하로 떨어져 37.7%를 기록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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