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교실은 안돼?…경기교육청 학교공간 다양화 연구
"현 사각형 교실은 관리자 중심, 학생 정형화된 사고 형성"
원형 등 교실형태 다양화·학생 휴게공간 확보 필요성 제시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왜 교실은 모두 사각형이지? 원형 모양의 교실은 왜 없을까?'
언제나 교실 정면에 붙어 있는 칠판, 길게 쭉 뻗어 있는 복도. 획일적인 한국의 각급 학교 교실 모습이다.
경기도교육청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같은 기존 학교건물의 교육공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며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
도교육청은 학습공간의 형태가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은 물론 교육 효과 측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교육공간 모델을 제시했다.
21일 도교육청이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새로운 교육공간 재구조화 방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방 이후 국내 학교시설은 '표준설계도'에 의해 만들어졌다.
표준설계도에 의한 학교시설은 총 5종류도 나뉘는 데 모두 '일자형 편복도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학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긴 복도 한쪽 면에 여러 개의 교실이 나열된 형태를 말한다.
연구원은 이런 형태가 두드러진 배경으로 '지도·관리·감독·통제의 편리성'을 들었다.
특히 1960∼1970년대 교실부족으로 교육시설의 질보다 양이 중요시된 점도 교육공간 형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직사각형 또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정형화된 교실형태 역시 학생의 다양할 학습활동을 지원하기보다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들에게 일방향적인 수업을 하기에 적합한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칠판을 교실 앞쪽에만 설치한 것도 교사의 이론 내용을 잘 전달하기 위한 판서의 목적으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표준설계가 폐지되고 2010년 이후부터 특별교실 등 다양한 교육공간이 생겼지만, 여전히 관리에 용이한 구조, 일방향적 교수-학습방법에 유리한 환경, 휴게공간 부족 등 기존 교육공간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이 같은 교육공간이 학생보다는 '교사중심'이고, '학습전달' 목적에 치중한 것이어서 학생들에게 정형화된 사고나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고 봤다.
최근 10년 내 개교한 도내 학교 학생 6천여명에게 희망하는 학교 외관과 일반교실의 형태를 물어보니 학교 외관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이형적인 형태)'를 원했다.
일반교실의 모형 역시 사각형(직사각형 또는 정사각형) 다음으로 원형, 육각형을 선호했다.
특히 학생들은 이러한 수업환경이 수업성취도에 '영향을 끼친다(초 46.8%·중 60.4%·고 71.3%)'고 응답해 학습공간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공간 ▲ 창의적이고 활동적이며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공간 ▲ 지역사회와 협력과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학교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교실형태의 경우 사각형, 사다리꼴, 육각형 등 다양한 모습을 제시했다. 교실 정면에만 칠판을 두지 말고 모든 면을 교육용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또 교실을 기존처럼 일자로 나열하듯 배치하기보다 다양한 구도로 배치해 그 사이사이 발생하는 공간을 학생들의 소통 교류 공간, 휴게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연구원은 이밖에 복도, 계단 아래, 필로티 하부, 옥상 등이 '죽은 공간'으로 방치되기 쉽다며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도교육청은 연구원의 분석결과와 교실, 교무실 등 학교 교육공간별 재구조화 방안을 올 하반기부터 지역교육청 학교시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안내, 교육해 신설학교에 반영되게 할 방침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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