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테메르 "물러나지 않겠다"…탄핵 요구에 '버티기'
정국 혼란에 증시 폭락·내각은 사퇴 고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부패 정치인의 입막음을 위해 뇌물 제공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퇴진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TV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결코 누구에게도 금품을 제공한 적이 없다. 나는 누구의 침묵도 돈으로 산 적이 없다"며 자신은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브라질 일간지 우 글로부는 테메르 대통령이 부패 정치인에 대한 입막음용 금품 제공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3월 7일 브라질 최대 소고기 수출회사인 JBS의 대표 조에슬레이 바치스타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바치스타는 뇌물수수 혐의로 복역 중인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에게 입막음을 위해 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고, 테메르 대통령은 "그것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연방 대법원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브라질에서 고위 정치인에 대한 조사와 기소는 오직 연방 대법원만 할 수 있다.
우 글로부는 또한 아에시우 네비스 상원의원이 바치스타에게 페트로브라스 부패 수사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70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경찰은 네비스 상원의원의 집을 수색했고, 대법원은 그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브라질 사법당국이 2014년 3월부터 벌인 부패 수사 결과 국영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고, 뇌물의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정치권에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면서, 브라질 정국은 또다시 급격한 혼란 속에 빠졌다.
우 글로부의 보도가 나온 후 브라질 증시는 개장 90분 만에 10% 폭락했고, 거래는 30분간 중단됐다. 브라질 통화인 레알화의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8% 폭락했다.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들은 사퇴를 고려하고 있으며, 야당은 테메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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