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없이도 표준시 송출'…표준연, 장파방송국 추진

입력 2017-05-19 11:45
'GPS 없이도 표준시 송출'…표준연, 장파방송국 추진

2019년 KBS 여주 송신소서 시험방송 목표

지진·방사능 조기 경보에도 활용…'전파 유해' 논란도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지난해 3월 31일 북한이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혼신 공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서해에서 조업하던 어선의 GPS 플로터(내비게이션과 같은 항해장치)가 오작동하는 등 국내 항공기와 선박 110대가 영향을 받았다.

GPS 전파 교란이 발생하면 이동전화 기지국이나 운항 중인 비행기, 선박 등이 GPS 신호를 정상적으로 수신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

특히 현재의 시각 동기망은 GPS 신호를 수신해 작동하기 때문에, GPS 위성이 고장나거나 GPS 재밍(전파교란) 공격이 일어나면 각종 통신기기에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GPS가 무력화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 기간 자립 시각 동기망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2019년 2월 시험방송을 목표로 장파 표준시 방송국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장파 방송은 50∼100kHz 대역의 장파를 이용해 중계안테나 없이 송신탑 하나로 국내 전역에 달하는 1천km 이상에 전파를 송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장파 방송을 이용해 표준시를 제공하게 되면 GPS와 달리 주파수가 길어 실내·지하에서도 신호를 받아 시간을 표시할 수 있고, 안테나 수신기 크기가 GPS 안테나의 5분의 1 정도로 작아 기기의 초소형화·저전력화가 가능하다.

미국·중국·일본 등 전 세계 6개국에서 운영 중이다.

표준연은 현재 비어있는 주파수인 65kHz 대역을 사용해 폐국한 KBS 여주 AM 송신소 부지에서 반경 200km 송신을 목표로 장파 표준시 시험방송을 추진하고 있다. 착공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표준연이 세슘 원자시계를 이용해 제공하는 '대한민국 표준시'를 장파 방송국으로 보내 사용자에 전달하는 원리이다.



한국 표준시에 부가 정보를 추가해 스마트 가전, 스마트 그리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기상, 지진, 방사능 등 재난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서는 교통 신호 체계를 자동 조정하거나 택시미터기에 칩을 삽입해 심야요금 할증 시비를 막는데도 장파 방송이 쓰이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운용되는 모든 CCTV의 시각을 동일하게 동기화할 수 있어 범죄·재난 해결과 방지에 기여할 수 있으며, 지진관측망에서 관찰되는 빅데이터를 구축해 지진 예측 연구에도 활용할 수 있다.

표준연 유대혁 시간센터장은 "지진은 예측이 쉽지 않아 조기 경보를 통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 기간 시각동기망을 통해 실시간 지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원전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신속한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파의 인체 유해성 논란, 표준시 정보 해킹 가능성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 센터장은 "장파 방송은 국민 공익을 위한 전파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시간 선진국'의 반열에 이르기 위해서는 장파 표준시 보급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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