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판 커지는 한국당…침묵하던 의원들도 "고마 해"

입력 2017-05-19 12:13
싸움판 커지는 한국당…침묵하던 의원들도 "고마 해"

다음주 '전당대회 모드'로…홍준표-舊주류 파열음 커질듯

초선·복당파 볼륨 높일 채비…정진석 "초·재선 정풍운동 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대선 패배 열흘째를 맞은 자유한국당의 집안싸움이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선후보가 얻었던 24%의 득표율은 온데간데없이,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8%로 주저앉았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대선 직전 15%이던 한국당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거의 반 토막 났다.

참담한 신세가 된 당을 추스르고 쇄신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누가 어떻게 할지 의견이 좀처럼 모이지 않고 있다.

원인을 따져 들어가면 책임 공방이 남는다. 지난해 총선 참패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까지 잇따른 '참사'가 어디서 비롯됐느냐는 것이다.

홍 전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구(舊)보수세력'을 지목했다. 지난 17일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온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옛 친박(친박근혜)계를 가리킨 것이다.

이는 가치를 외면한 채 권력만 지향하는 친박의 패권주의·기회주의 행태가 당을 망쳤다는 비주류의 인식과 맞닿는다.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한 '복당파'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 앞뒤 가리지 않는 극히 일부 친박 의원들의 준동이 당을 시끄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숨죽여 온 친박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들은 사태 악화의 원인을 비주류의 '분열'과 '배신'에서 찾고 있다.

친박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에 "김무성 의원의 공천파동, 유승민 의원의 자기정치가 당을 망쳤던 근본 원인"이라며 "상대만 홍준표로 바뀌었을 뿐, 대립 구도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홍 전 후보가 당권을 잡을 경우 그의 독단적 행보에 당의 분란만 커질 수 있다고 옛 친박 의원들은 우려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책임론과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자 당 비상지도부는 다음 주 중 전당대회 일정을 못 박기로 했다. 내분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고 전대 분위기로 녹아들게 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모든 에너지와 열망이 차기 전대에서 활화산처럼 분출돼 한국당이 명실상부한 수권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다음 주 중 제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겠다"고 밝혔다.

당이 전대 모드로 급속히 전환되면 그동안 볼륨을 낮춰온 초선 그룹과 복당파 의원들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초선 모임을 이끄는 강효상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 패배에 책임져야 할 분들이 자숙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당에 대한 불평·불만을 터뜨린 것에 굉장히 유감"이라며 지난 17일 중진연석회의를 겨냥했다.

옛 친박들과 대립각을 세운 정진석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초·재선 의원들이 정풍(整風)운동을 들고나와야 할 때"라며 '물갈이론'을 폈다.

초선 의원들의 공천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 친박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초선들의 움직임을 친박의 세력 위축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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