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아파트 미분양 폭탄 속 세종시 '나홀로 호황'

충청권 아파트 미분양 폭탄 속 세종시 '나홀로 호황'

세종시로 인구 유출 가속화…시민단체 "행정수도 완성이 해결책"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청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가운데 세종시 부동산 시장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청주시와 대전시에서 세종시로 옮겨가는 이른바 '빨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청주시 아파트 1만992가구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2천551가구로 23.2%를 차지했다.

지난달 미분양 물량(1천633가구)에 비해 156.2%나 급증한 것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3.3㎡당 640만원이었던 청주시 아파트 평균 시세도 올해 2분기 627만원으로 13만원 떨어졌다.

대전시 미분양 물량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 기준 556가구까지 떨어졌던 시내 미분양 아파트는 731가구(2월), 999가구(3월)까지 증가한 이후 지난달 말 현재 935가구로 소폭 줄었다.

지난달에는 대전에 소규모 도시형 생활주택을 제외한 아파트 분양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물량이다.

반면 한국감정원이 이달 셋째 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0.26%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하락률에서는 충남 아파트 값이 0.12% 떨어져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충북도 전주에 비해 0.07% 하락했다. 대전은 보합(0.0%)을 기록했다.

이처럼 충청권 아파트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것은 자체 물량이 증가한 탓도 있지만, 인근 세종시에 지난달 사상 최대 규모의 아파트가 입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종시에는 지난달 새롬동(2-2 생활권) 11개 공동주택단지에 2012년 7월 시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인 7천481가구가 입주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전입하는 인구는 감소하고, 대전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 등 인접한 시도의 전입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종시로 순이동(전입자-전출자)한 인구를 보면 지난 1월 1천701명, 2월 2천454명, 3월 3천391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 가운데 대전에서 이동한 인구가 3월 기준 1천814명으로 전체 순이동 인구의 53.5%를 차지했다. 이어 충북(11.4%), 서울(7.5%), 경기(7.4%), 충남(3.8%) 등 순으로 나타났다.

2위는 지난 1·2월에는 경기였지만, 3월에는 충북으로 바뀌었다.

충북에서 세종시로 순이동한 인구는 지난 1·2월에는 각각 85명, 135명으로 다섯번째로 높았지만, 3월 기준 387명을 기록해 2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지난해 말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수도권 공무원 이동은 줄고, 세종시가 인근 충청권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수도권의 기능을 나누는 것이 아닌 지금처럼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완성해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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