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의 사생활도 TV로 엿보다…'관찰 예능'은 왜 인기인가

입력 2017-05-19 09:00
수정 2017-05-19 10:44
내 가족의 사생활도 TV로 엿보다…'관찰 예능'은 왜 인기인가

"출연자와 관찰자 모두 재미"…"인위적인 설정은 금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육아일기'에 이어 '쿡방'과 '먹방'이 뜨더니 이번에는 '관찰 예능'이 바통을 이었다.

장성한 아들의 사생활을 엄마들이 엿보고 딸들의 연애를 아빠들이 엿본다. 또 스타 부부가 잠시 별거를 선택하고 서로의 '자유시간'을 들여다본다.

스타들의 사생활이 카메라에 담기고 그 모습을 그들의 가족이 관찰하면서 "어머나!"하고 놀란다. 시청자는 스타를 지켜보는 재미와 함께 그 가족의 반응을 감상하며 공감대를 넓힌다.

음지의 '몰래 훔쳐보기'를 양지로 끌어내 밝은 오락으로 응용한 이런 '관찰 예능'은 솔직함을 무기로 상승세다. 그러나 언제든 '설정'과 '조작'의 유혹이 낄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아빠는 모르는 20대 딸의 연애·엄마는 모르는 40대 아들의 사생활

시작은 MBC TV '나혼자 산다'라고 할 수 있겠다. 2013년 3월 첫선을 보인 이래 4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나혼자 산다'는 지난달 200회를 자축하기도 했다.

금요일 밤 꾸준히 MBC TV를 대표하는 예능으로 자리하고 있는 '나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히트를 쳤다.

그 바통을 지난해 8월 SBS TV '미운 우리 새끼'가 이었다. 처음에는 '나혼자 산다'를 그대로 베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지만, '미운 우리 새끼'는 '나혼자 산다'의 응용편이었다.

스타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하는 콘셉트는 같으나, 출연자를 남자 스타로 한정하고 그들의 엄마가 관찰자로 등장시킨 게 포인트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대박을 터뜨리자 '관찰 예능' 붐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로 인해 시청자는 출연자 외에, 출연자 엄마들의 모습도 관찰하는 이중 재미를 얻게 됐다. 프로그램 내 '관찰자'의 등장이다.



그러자 E채널은 '별거가 별거냐'와 '아빠가 보고 있다 - 내 딸의 남자들'을 내놓았다. '관찰자'를 적극 활용한 '미운 우리 새끼'의 스핀 오프 버전이다.

지난달 1일 시작한 '별거가 별거냐'는 스타 부부의 공개 별거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한다.

배우 남성진-김지영 부부, 이철민-김미경 부부, 배우 사강과 그의 남편이 출연해 몇주간 별거를 하면서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남편은 아내의, 아내는 남편의 싱글 라이프를 제작진이 촬영해 온 영상을 통해 보면서 이런저런 반응을 내놓는다.





'별거가 별거냐'는 현재 E채널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E채널은 19일 "'별거가 별거냐' 방송 전에 비해 E채널의 전체 시청률이 무려 24%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별거가 별거냐'가 이렇게 대박을 치자 E채널은 20일부터 '아빠가 보고 있다 - 내 딸의 남자들'을 방송한다.

연예인 아빠들이 20대 딸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정성모, 가수 김태원, 개그맨 최양락, 성우 안지환이 딸들과 함께 출연한다.

정성모의 딸은 21세, 김태원의 딸은 20세, 최양락의 딸은 28세, 안지환의 딸은 22세다.

제작진은 "딸의 연애가 언제나 궁금했지만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아빠들이 판도라 상자를 연다는 콘셉트"라며 "연예계 유명한 딸바보 아빠들이 딸의 연애를 지켜보며 내놓는 생생한 반응이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밖에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도 있다. 지난해 2월부터 성업 중이다.



◇ "가족도 모르는 가족의 사생활"…"인위적인 설정은 금물"

이같은 관찰 예능은 우리가 몰랐던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저게 바로 내 모습이야'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의 곽승영 PD는 "사오십 먹은 아들이 누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냐"면서 "어머니들은 제작진이 찍어온 영상을 보고 아들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되는데, 바로 그걸 보는 재미로 녹화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스타의 어머니 심정은 화면을 넘어 시청자의 마음도 움직인다.

'아빠가 보고 있다 - 내 딸의 남자들'의 이주하 PD는 "누군가의 리얼한 일상을 지켜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속 관찰자의 리액션이 또다른 재미와 공감대를 높여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진솔하고 꾸밈없는 일상이 공감을 얻지만, 예능의 특성상 회를 거듭할수록 좀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찾기 마련이다. 아무리 관찰 예능이라고 해도 아무 특징도 없는 모습은 '예능'으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기 때문인데, 여기서 주의가 요구된다. '연출'이 끼어드는 순간 진정성이 훼손된다.

'아빠가 보고 있다'에 출연하는 안지환은 "처음 제작진과 약속할 때 먼지 하나도 연출이 들어가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오래 못 갈 것 같다"며 웃었다.

이주하 PD는 "관찰자의 감정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인 설정은 금물"이라며 "에피소드의 반복 패턴도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