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업무정지로 회계업계 '덤핑'…반값 수임도"(종합)

입력 2017-05-18 18:04
"안진 업무정지로 회계업계 '덤핑'…반값 수임도"(종합)

청년공인회계사회, 감사인변경 80여곳 분석…"제살깎아먹기"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업무정지로 감사인이 대거 변경되면서 대형 회계법인들이 고객사 확보를 위해 과도한 보수 할인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18일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 이후 감사인이 변경된 80여개 상장사의 감사보수를 검토한 결과 7곳에서 '납득할 수 없는 보수 할인'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토 결과에 따르면 LS네트웍스[000680]는 지난해 딜로이트안진에서 올해 EY한영으로 감사인을 변경했는데 1억9천만원이던 보수가 9천500만원으로 50.0% 낮아졌다.

총자산이 1조2천613억원에서 1조3천2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는데도 보수가 절반으로 낮아진 것이다.

삼정KPMG에서 한영으로 옮긴 한전산업개발도 감사보수가 8천900만원에서 6천만원으로 32.6% 낮아졌다.

이외에도 비에이치아이[083650]와 인터파크홀딩스[035080]는 안진에서 삼정으로 감사인을 바꾸면서 각각 25.0%, 24.1% 내린 보수로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피에프[024880], 두산엔진[082740]은 각각 삼일[032280]과 안진에서 한영으로 감사인이 바뀌었는데 감사보수가 13.0%, 11.8% 낮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경우 안진에서 삼일PwC로 감사인을 변경했는데 감사보수가 7억4천만원에서 5억5천만원으로 25.7% 낮아졌다.

다만 LS네트웍스와 한전산업개발, 비에이치아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지정감사 대상이어서 일시적으로 보수가 높았던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삼일PwC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에 지정감사 대상이었던 데다 매출 규모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두산공작기계를 매각해 감사규모 자체가 작아짐에 따라 보수가 낮아진 것"이라며 "일체의 '덤핑'은 없었다"고 말했다.

EY한영은 "LS네트웍스는 구조조정으로 감사범위가 크게 줄었고, 한전산업개발의 경우 지정감사 기간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보수가 상승했다"며 "기업 감사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삼정KPMG 관계자는 "인터파크홀딩스의 경우 작년까지는 그룹사별로 감사인이 상이해 타계열사 감사자료를 따로 검토해야 했으나 올해부터는 그룹감사인이 통일돼 투입시간이 줄었다"며 "비에이치아이는 부채비율 이슈 해소,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감사투입시간이 감소했다는 보수 인하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계업계에서는 대형회계법인들이 대형 상장사들을 놓고 출혈경쟁을 했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부 법인의 경우 딜로이트안진의 업무정지를 계기로 대형 상장사를 고객으로 끌어와야 한다며 위해 저가수임을 하라는 공개적인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문도 돌았다"고 전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013년과 2014년에 상장사 감사인 변경 과정에서의 과도한 감사보수 할인을 발견, 지적했고 이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널리 퍼지면서 보수 경쟁이 다소 완화됐었다"며 "그러나 안진 징계로 다시 촉발된 감사인변경 경쟁을 보니 의식 개선이 한참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감사인을 교체한 법인은 수십 개에 이르고 보수 할인은 일부에 불과할지 모르나, 이는 품질은 뒷전으로 한 사례로 우리가 잃은 신뢰는 엄청나다"며 "대형회계법인의 반성이 필요하며 보수를 낮추고도 충분한 시간과 인원 투입이 가능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지시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12개월간 신규감사 업무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안진은 내년 4월 4일까지 주권상장법인, 증권선물위원회의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새로 맡을 수 없게 됐다.

안진의 회계감사를 받는 회사가 1천100여개이고, 감사인 변경 대상인 감사 중인 회사 중 재계약 시점이 도래한 3년차 상장회사만도 80여곳에 달한다. 이에 따라 견고한 '빅4' 체제인 회계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돼왔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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